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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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백두대간 가로질러 90㎞를…지리산 반달가슴곰 '오삼이'의 한국 방랑기

전북 남원시 산동면 한 도로에 나타난 반달가슴곰. 뉴스1

 

지난 4일 전북 남원시 산동면 도로에서 몸무게 180㎏의 곰 한 마리가 포착된 가운데, 해당 개체가 전적이 화려한 반달가슴곰 ‘오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KBS는 4일 저녁 7시 반쯤 전북 남원 도로에 나타났다가 포획조가 출동하기도 전에 산속으로 다시 사라진 ‘오삼이’의 모험기를 보도했다.

 

오삼이는 국립공원공단이 종 복원을 위해 방사한 개체 중 하나로, 이름을 얻기 전 ‘한국에서 53번째로 태어난 수컷 곰’을 뜻하는 코드 번호 ‘KM-53’이라 불렸다.

 

2015년 방사된 오삼이는 앞으로도 쭉 지리산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년 뒤 90㎞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홀로 백두대간을 가로질러 간 것.

 

다른 지리산 곰들의 활동 반경이 15㎞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오삼이는 다소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잡아다 지리산에 돌려놓을 때마다 다시 수도산으로 향했던 오삼이는 이듬해 5월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건너다 버스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 뒤로는 수도산에 풀어졌다. 

 

그곳에서 잘 사는가 싶더니만 2020년 여름 충북 영동의 농가에 두 번이나 나타나 벌통을 깨고 꿀을 먹다 걸리며 근황을 밝혔다. 

 

이후 한동안 소식이 없던 오삼이는 최근 전북 남원에 모습을 드러냈고, 현재는 고향인 지리산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오삼이가 이렇게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방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연히 영역을 넓히는 것”, “교미와 번식을 위해서이다”, “먹이 때문이다” 등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과 추측이 제시됐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를 단정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처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오삼이의 모험담에 아쉬움을 표하는 곳도 있다. 바로 오삼이가 수도산에 살 당시 환경부와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까지 꾸려 서식지 안정을 위해 공을 들였던 지자체인 경북 김천시.

 

김천시는 앞서 1970만원으로 오삼이의 캐릭터를 제작, 시청에 모형을 세우고 포토존까지 설치한 바 있다.

 

김천시의 한 공무원은 “캐릭터를 만들고 딱 그 뒤에 (오삼이가) 떠났다”고 설명하며 “정성이 부족했던 건지…”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경예은 온라인 뉴스 기자 bona@segye.com


경예은 온라인 뉴스 기자 bo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