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한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이 비종교적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현역병 대상자에게 무죄 판단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종교적 신념뿐 아니라 개인적 신념까지 입영 거부를 위한 정당한 사유가 된다는 것이어서 병역기피 현상 증가와 병역자원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7년 11월 27사단에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그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온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개인적 신념 등에 따라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했다.
A씨는 성소수자로서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집단 문화에 반감을 느끼다 대학 입학 후 여러 선교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다. 이때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등을 하며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기는 전쟁과 타인에 폭력을 가할 것을 전제로 존재하는 군대가 약자를 포용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기독교 교리와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기 전인 2018년 2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법 하에서 피고인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하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종교적, 정치적 신념을 기초로 한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은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도 “A씨의 현역병 입영 거부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다”며 상고를 기각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 대해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사안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수긍한 최초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 외에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이희진·박수찬 기자 heeji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