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취임 후 연일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나들며 ‘중간지대 넓히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통 지지층을 붙잡아두면서도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6일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2주기를 맞아 백범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서울 효창공원 묘소 참배 뒤 백범김구기념관을 찾아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진정한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원하셨던 것처럼 앞으로 우리 당도 최대한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첫째도 통합, 둘째도 통합, 셋째도 ‘완전한 통합’이라는 생각으로 내년 대선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보수진영 상징과 같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대립했던 김구 선생 묘소를 찾았다는 점에서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지난 25일엔 진보진영 성지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 그런 분들이 나온다면 대표로서 제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권 여사에게 노 전 대통령 시절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됐던 장학증서 사진을 태블릿PC에 담아 보여줬고, 권 여사는 ‘우리가 노무현에게 떠올리는 말’ 책 선물로 화답했다.
이 대표는 한편으로는 보수진영 챙기기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봉하마을을 찾은 뒤 곧바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전 대표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먼저 만남을 요청한 이 대표는 황 전 대표에게 “다가오는 대선에서 함께해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자세를 낮추며 당 운영 및 대선 관리 등과 관련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앞서 강경 보수 이미지를 가진 홍준표 의원의 복당도 당헌·당규상 문제가 없다며 신속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 스스로가 본인의 개혁과 쇄신 이미지를 가장 잘 알고 있다”며 “대선 정국에서 이를 통해 외연을 넓히려는 통합 행보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