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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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치킨 선행’·‘손님 갑질 피해’ 가게는 ‘돈쭐’ [심층기획]

최근 개념 소비 ‘바이콧’도 확산

온라인에 결식 아동 돕는 업소 등 목록
젊은이들 매출 올려주거나 선물·화환
“사회 이슈에 영향력 행사 심리도 작용”

보이콧과 반대로 선행을 베풀었거나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가게를 일부러 소비해주는 ‘바이콧(Buycott·특정 상품 구매를 장려하는 행위)’도 활발하다.

 

지난해 돈이 없어 치킨집 앞을 서성이던 어린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대접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며 지난 2월 집단 바이콧 대상이 된 홍대 ‘철인 7호’ 치킨집이 대표적인 사례다. 치킨집 사장의 선행에 감동한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연을 공유하고 “돈쭐을 내주자”며 해당 가게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선물을 보낸 인증사진을 올렸다. ‘돈쭐’은 ‘돈’과 ‘혼쭐내다’의 합성어로 돈으로 선행의 대가를 받게 해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A(18)군이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보낸 자필편지 일부. 본사 제공

지난 5월에는 경기도 양주의 한 고깃집이 손님의 갑질로 피해를 입은 사실이 알려지며 바이콧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해당 음식점 점주가 옆 테이블에 다른 손님이 앉은 것에 항의하는 모녀 손님으로부터 “고깃값을 환불해달라”, “(손님이) 기분 나쁘면 깎아준다고 해야지” 등 폭언을 당한 사실이 알려진 후 일부 누리꾼은 가게를 찾아 매출을 올려주거나 선물·화환을 보냈다.

이처럼 바이콧이 유행하면서 온라인상에 ‘돈쭐 내줄 가게 목록’이 공유되기도 했다. 목록에 오른 가게 중 상당수는 ‘선한 영향력 가게’다. 선한 영향력 가게는 결식아동에게 음식을 무료로 줘 바이콧 대상이 됐던 서울 마포구의 음식점 ‘진짜 파스타’ 사장 오인태(36)씨가 만든 것으로 결식아동에게 돈을 받지 않는 가게들의 모임이자 일종의 인증이다. 선한 영향력 가게 동참 업소는 28일 기준 2469곳에 달한다. 온라인에서는 이들 가게를 방문하고 바이콧을 인증하는 ‘챌린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배달앱 리뷰란 캡처

이 같은 젊은층의 소비 행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소비에도 가치를 중시해 기존에 존재하던 ‘착한 소비’가 더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박은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공정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고 선행에 응당한 대가를 받게 해줘야 한다는 믿음도 강해졌다”며 “사회 이슈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마음이 젊은 소비자들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이기 때문에 바이콧은 앞으로도 점점 더 많아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바이콧에는 돕고 싶은 이를 돕는다는 자기만족도 있지만 남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며 “취지는 좋지만 받는 사람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아 더 힘들게 만드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과도하게 불타올랐다 사그라드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지원·유지혜 기자 g1@segye.com


박지원, 유지혜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