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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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일관성이 답이다 [ESG, 경제의 뉴노멀] (5)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기업·기관이 ‘대처’에 분주하다. 하루에도 여러 기업이 ESG 경영 선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에선 ‘우리도 뭔가 하긴 해야 할 텐데’ 하면서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담당부서와 인력이 있는 대기업은 방향도 잡고 준비도 해나가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이 ‘ESG 파고’에서 갈피를 잡기 어렵다.

 

실무자들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준비해야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 가장 곤혹스럽다고 한다. 실제로 ‘K-USG는 구체적인 지표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몇몇 이름있는 평가기관들의 지표는 베일에 싸여있다고 할 수 있다. 혹시나 하고 USG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해 눈치를 보려고 하지만 거시적인 얘기뿐 우리 회사에 딱 맞는 속시원한 답은 찾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앞서 다른 기업이 선언한 내용을 따라하기 급급하다. 

 

USG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한결같이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Environment’(환경)에서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탄소 집약도(carbon intensity)를 삼도록 추천하고 싶다. 회사가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있어서 몇 ㎏의 탄소를 소비하고 있는지를 보는 척도이다. 해마다 탄소 집약도를 재무제표나 공시 자료에 포함하고, 그 추세와 함께 이를 낮춰가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공개하자는 것이다. 국가 단위에서도 10억 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일구는데 몇 t의 탄소를 사용했는지, 매년 그 추세를 보고 있는 만큼 글로벌 지표와도 일치한다.  

 

한편으로는 USG 경영 선언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석탄 발전을 지원하거나, 기업의 전략과 연계성 없이 “2050년까지 탄소 순매출 ‘제로’를 이루겠다.”라는 등 미래로 미루는 헛공약만을 내놓거나,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그린 워싱’으로 위장하는데 몰두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실천적 행동 없이 USG 선포식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 책임은 후임자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벌이는 사이 다른 한 편에서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하기도 한다.  

 

진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의 전략과 목표가 USG를 바탕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런 변화 없이 USG라고 이름만 갖다 붙이는 생색내기를 많이 보게 된다. 그 구성을 바꾸지 않은 채 이름만 USG 펀드로 하거나 USG를 마케팅용으로만 활용하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는 회사도 있다. USG 위원회를 급조해놓고 실상은 경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거수기 노릇만 한다면 이를 제대로 된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내년 초에 K-USG 지표가 공개되면 그 점수만 높이 받으려는 ‘작전’이 한층 더 난무할 것으로 우려된다.  USG 경영의 내실을 다지기보다 시험만 잘 보기 위해 족집게 과외만 잘 받으려는 의도라면 문제다. 우리 회사의 특성에 맞는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꾸준히 USG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이해 관계자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돌발적인 위험이 난무하는 시대를 자아 이제 기업의 목표는 지속가능성에 있다. USG 전략을 밑바탕으로 경제적 성장, 환경적 보호, 사회적 기여라는 3개의 기둥을 굳건히 세워나갈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지붕이 완성된다.

 

김병철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겸임교수(법무법인 대륙 아주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