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링 위로 잠룡들이 속속 올라서고 있다. ‘여권 1강’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내달 1일 공식 출마 선언을 앞두고 대선 캠프 채비에 나섰다. ‘민주당 적통’을 내세우며 단일화에 합의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본격적인 공동 행보에 나서며 ‘반(反)이재명 연대’를 공고히 했다. 다만 추미애 전 법무장관, 박용진 의원 등 일부 주자들은 후보 단일화에 “관심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반이재명 전선이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비후보 등록 둘째 날인 29일 ‘여권 9룡’들은 후보 등록, 출판기념회 등 저마다 일정을 소화하며 대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경기도 일정을 소화한 이 지사는 대선 캠프의 주요 보직을 채우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 준비에 돌입했다. 후보 등록은 마지막 날인 30일 할 예정이다.
이 지사 측에 따르면 캠프 총괄 역할은 5선 조정식 의원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계 중진인 조 의원은 이 지사의 양대 조직인 ‘민주평화광장’과 ‘성공포럼’ 중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이재명계 좌장 격인 4선 정성호 의원은 보직을 맡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 이후 다른 캠프에 포진한 인사들이 합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두는 ‘열린 캠프’를 꾸리기 위해서다.
비서실장은 3선 박홍근, 상황실장은 재선 김영진, 정책 총괄은 당내 정책통인 3선 윤후덕 의원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5선 안민석·재선 김병욱 의원은 직능 분야를, 초선 민형배 의원은 전략 분야를 각각 담당한다. 대변인단에는 기존 성공포럼 대변인인 박성준·홍정민 의원에 더해 새로 합류한 박찬대 의원이 수석대변인을 맡는다.
전날 단일화를 선언한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이날 함께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환담하는 등 ‘민주당 적통’임을 내세웠다. 아직 당내 강성 친문(친문재인)과 앙금이 남아있는 이 지사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정책 연대를 위해 이날 부산 시민간담회를 시작으로 향후 세종·광주 등에서도 공동 일정을 이어가며 단일화 시한으로 잡은 7월5일까지 보폭을 맞춰나갈 예정이다.
당 안팎에선 ‘정·이 단일화’ 시점과 예비경선 여론조사가 시작되는 7월9일 사이 다른 후보들의 추가 참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당장 이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다른 후보들의 반응은 밝지 않았다.
전날 단일화와 관련해 “바람직하다”며 긍정 평가했던 ‘여권 2위’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등록을 마친 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이어 4기 민주정부를 출범시키겠다”며 정 전 총리,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적통’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단일화 시한인 내달 5일 출마선언식을 준비하고 있어 단일화에는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50대 기수론을 내세운 박 의원은 이날 등록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와 관련해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연대, 구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며 “저는 누구를 반대하는 데 하나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양승조 충남지사, 김두관 의원도 “경선에 충실하게 임하겠다”며 단일화 등 연대설을 일축했다. 30일 후보 등록 예정인 추 전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이재명 연대 가능성에 “저 자신이 그런 거와 거리가 멀다”며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잠룡들 가운데 가장 먼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최문순 강원지사는 이날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출판기념회에는 이 지사와 정세균 전 총리·이광재 의원을 제외한 비이재명 주자 6명이 모두 모이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