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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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1호, 장마· 태풍 대비해 위험기상 집중관측 위한 출항 준비 완료 [밀착취재]

기상관측선 기상1호가 서해에 출항해 있는 모습.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해외 기상청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다고 했고 기상청만 영하 7∼8도라고 예상했었는데 그때 우리 예측이 딱 맞았습니다. 동계올림픽 당시 기상예보가 매우 정확했었는데요, ‘기상1호’가 없었으면 이렇게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스키점프 담당 예보분석관으로 근무했던 박정민 기상청 주무관은 기상1호를 이렇게 기억한다. 바다를 지난 공기는 온도, 습도, 바람의 세기나 방향 등 많은 요소가 급변한다. 이 때문에 삼면이 바다에 둘러쌓인 우리나라는 정확한 해상 기상요소를 관측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바다는 육지처럼 관측소를 세울 수도 없고 동해는 서해같이 섬이 많지도 않아 관측기지를 세우기도 힘들다. 결국 관측값이 필요한 지점으로 직접 가서 데이터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이때 출항하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기상관측선, 기상1호에 지난 28일 탑승했다.

 

기상1호 선교 내부 모습.

30일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기상1호는 2011년 국내에 도입돼 올해로 운항 10년째를 맞았다. 폭 9.4m에 비해 64.3m의 긴 전장을 가진 기상1호는 기본적으로 해상 풍속, 풍향, 온도, 습도, 기압 등을 측정하고 미세먼지 농도, 태풍 경로와 강도, 집중호우 등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170∼180일가량 정기·비정기 운항을 한다. 특히 장마와 태풍으로 기상변화가 잦은 여름철에는 기상1호 역할이 중요하다. 태풍 가장자리로 가서 해수면에 표류부이를 띄우고 태풍 앞부분의 풍속, 기압, 해류, 수온 등을 선도 관측해 실시간으로 기상청에 전송한다.

 

기상1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름철 위험기상 집중관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기상청은 기본적으로 육상 관측값과 위성 관측값 등을 반영해 컴퓨터에서 가상 대기공간을 만들어 앞으로의 날씨를 시뮬레이션 한다. 이렇게 계산·예측하는 프로그램을 수치예보모델이라 하는데, 여기에 예보분석관들이 정확한 실측치를 참고하면 수치모델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실제 날씨는 어떨지 예보 오차를 훨씬 줄일 수 있다. 기상1호 위험기상 집중관측 프로그램 덕분에 2018년 84분에 불과했던 호우특보 선행시간은 지난해 119분으로 늘었다. 집중호우 예보가 빨라진 만큼 주민 대피 등 방재 대응 시간은 길어졌다. 

 

기상1호 현위치와 기후인자 관측값이 표시되는 모니터.

박 주무관은 “특정 지역만 집중적으로 예보한 전례가 없어서 수치로 말할 수는 없지만 기상1호 덕에 예보 정확도가 올라간 것은 분명하다”며 “해상 기상은 오차가 큰 위성자료에만 기대야 했던 예보관들에게 정확한 관측 자료는 수치모델을 평가할 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기상1호가 사고 현장에서 해류와 풍속, 풍향 등을 77일간 관측했다.

 

중·단기 예보 지원을 위해 기상1호에는 수많은 기상관측장비가 실렸다. 대표적인 주요 장비인 자동고층기상관측장비(ASAP)는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에 기압, 습도, 풍속, 풍향 등을 측정하는 기상관측센서인 ‘라디오존데’를 매달았다. 상공 20㎞ 정도까지 오르며 대기 중 기후인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류동균 기상1호 선장은 “기상예측 때는 표층부보다 고층 관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2∼4번 관측하는 ASAP 외에 5분 주기로 기상청에 관측 데이터를 전송하는 자동기상관측(AWS)도 있다. 관측지점이 특정되지 않는 해상 특성상 배가 움직이는 장소가 관측지점이 된다.

 

관측탑에서 풍향, 푹속, 기온, 습도 등을 관측해 기상청으로 전송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서해 미세먼지 관측도 기상1호 임무 중 하나다. PM10이라는 관측장비를 통해 인천에서 목포까지 움직이며 서해를 거쳐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먼지 농도를 선제관측한다. 지난 3월29일에도 중국에서 고농도 황사가 유입될 당시 야간에 이를 확인하고 기상청에 새벽 1시에 알려 새벽 4시에 황사 경보가 발령된 사례가 있다.

 

기상관측 항공기 ‘나라호’와 함께 기상1호는 대기와 해상 관측공백지역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기상관측선이 하나뿐인 데다 배 크기도 작은 편이라 한계가 많다. 보통 3000t급의 배가 돼야 5m 파고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기상1호는 498t의 작은 배라 3m 파고에도 위험할 수 있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관측선은 3000t 이상이고 일본에도 2000t 정도의 관측선이 두 척 있다. 류 선장은 “과거 태풍이 발생해 출항했다가 파도가 너무 높아 피항하자마자 파도가 4m 넘게 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배가 한 대라 서해, 남해, 동해를 동시에 동반관측 못 하는 점이 가장 큰 한계”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유빈 기자 yb@segye.com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