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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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북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려면

바이든 대북정책 실용적 접근
제재 유지 속 외교적 해결 모색
김정은, 대결 보다 대화에 방점
‘인센티브’ 줘야 움직일 가능성

지난 4월 30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트럼프식 ‘일괄타결’이나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가 아닌 중간 정도의 균형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기조에서는 외교와 더불어 ‘강력한 억지’를 병행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접근을 바이든 행정부는 ‘잘 조정된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부른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5월 21일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2018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확인했다. 나아가 대북 접근법의 완전한 일치를 위해 양국의 입장을 조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판문점선언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이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독자적 여지를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던 성 김 미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을 첫 대북특별대표로 지명함으로써 대북협상 재개를 위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사실상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새로운 게 별로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선, 대북 대화 유인책으로 추진해온 제재 완화나 종전선언,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등은 성사되지 못했다. 유엔안보리 결의 등 기존의 대북제재 유지, 북한의 인권 문제 언급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에 부정적 요소다. 사실상 별 새로운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북한이 대화 재개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최근 한국 정부와 대북정책 조율을 위해 방한한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제재를 지속할 계획이며 대화 유도를 위해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할 의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당분간 북한이 큰 사고를 치지 않는 한 기다린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상태로는 현재의 경색국면을 타개하기 어렵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도발을 기다리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북한은 올해 1월 개최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열쇠는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에 있다고 하면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에 이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 모두를 준비해야 한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겹쳐 보면 북한의 의중은 대결보다는 대화에 더 방점이 있고, 미국이 어떤 수를 내는가에 따라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한 가장 쉬운 출발점은 하노이 회담 실패 지점인 ‘영변+α’와 제재 일부 해제를 교환하는 등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북한이 원하는 인센티브로서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선언적 정책, 혹은 제스처라도 내놔야 북한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코로나 방역 때문에 자발적 고립을 선택했고 그 여파로 북·중 교역이 거의 중단되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이 북한에 제의할 수 있는 것은 백신, 식량, 비료 등 세 가지다. 다만 남북 간의 대화 단절과 문재인정부에 대한 불신을 고려한다면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이 효과적일 것이다.

북핵문제는 바이든 정부에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이 북한 코트에 있다고 믿으면서 마냥 기다렸다가는 결국 위기가 올 것이다. 위기가 닥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격표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핵 협상의 교훈 중 하나다. 워싱턴과 서울 모두에 협상 재개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정부가 있는 지금이야말로 협상테이블로 돌아올 적기라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은 깨달아야 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