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산업이 급부상하고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짐에 따라 은행권이 IT(정보기술) 전문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경우 각 분야의 전문인력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며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불리는 모습이다. 반면, 기존 은행들은 다이어트와 체질개선을 함께 진행하며 ‘환골탈태’를 꿈꾸지만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토스뱅크는 올 하반기 공식 출범을 앞두고 기술 분야의 제품기획과 디자인, 엔지니어링, 보안·인프라, 코어뱅킹, 데이터 등 관련 경력자를 채용한다고 1일 밝혔다. 토스뱅크 측은 “경력이나 연차보다는 은행 사업이나 상품에 대한 기획력, 각종 개발 전략 등 토스뱅크에 합류해 보여줄 수 있는 기여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은행업 본인가를 받고 이르면 올해 9월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공식 출범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토스뱅크 임직원은 지난 2월 본인가 신청 당시 100여명에서 현재 160여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수시채용을 진행해온 토스뱅크는 이번 경력직 공채에서 50여명 선발을 목표로 삼았다.
공식 서비스 개시가 임박한 만큼 ‘직전 회사의 최대 1.5배 연봉’ 등의 당근을 내걸 정도로 공격적으로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말 경력직 공채 당시에도 “영업개시 이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부여 시점에 1억원 가치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뱅크 또한 사업 확장과 더불어 공격적으로 전문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임직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023명으로, 2017년 7월 출범 당시 300여명에서 4년 만에 3배 넘게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향후 3년간 500억원 규모 투자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IT 전문인력뿐 아니라 고객서비스, 리스크, 비즈니스, 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 분야 인력을 꾸준히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을 비롯한 기존 은행들 입장에서도 중장기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IT 인력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시중은행들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고래싸움’에 위기를 느낀 저축은행권도 올 들어 은행마다 IT 개발인력을 중심으로 수십명씩 인력을 늘리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경우 전체 임직원이 수백명 규모인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 정도의 채용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당분간 수시채용을 통해 인재 수혈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수십년간 사업과 조직을 불려온 상황에서 또다시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충원할 수만은 없어 고심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정도로 은행들이 급격히 점포 수를 줄이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맞물리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년간 5대 시중은행은 200개가 넘는 점포를 줄였다. 또 지난해 말 실시한 희망퇴직으로도 약 2500명이 빠져나간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신한은행이 추가로 실시한 희망퇴직에 130여명이 응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이렇게 시중은행을 이탈한 인력들까지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아직 출범 초기이고 사업 특성상 개발직에 수요가 몰리기는 하지만,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은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문가 확보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우 전체 인원에서 개발직의 비중이 40~50% 수준으로 가장 많기는 하지만, 은행 본연의 업무와 관련한 인력 수요도 아직 높다”며 “은행권 전반에서 대대적인 인력 이동이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