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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족 잃었습니다” 참사 현장서 목멘 바이든

1972년 교통사고로 첫 부인·딸 잃어
2015년에는 암 걸린 큰아들과 사별
아파트 붕괴 참사 실종자 가족 만나
“희망 잃지 마세요… 꼭 기도할게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의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 현장을 찾아 이 카운티의 다니엘라 레빈 카바 시장(왼쪽), 그리고 지역 주민과 이마를 맞댄 채 슬픔을 나누고 있다. 서프사이드=AFP연합뉴스

“저도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어린 딸을 잃었습니다. 정말 힘든 건 누가 살아남을지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가슴아픈 사연을 들려주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목이 잠기고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플로리다주(州)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 희생자 유족 및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자리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고 8일째인 1일(현지시간) 부인 질 바이든 박사와 함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의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새벽 이 지역 해변의 12층 고급 아파트가 갑자기 무너지는 충격적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18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으나 아파트 거주자 145명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상당수가 붕괴한 건물 잔해 더미 속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수색 및 구조 작업은 더디기만 하고 실종자의 생환 소식은 아직까지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3시간 넘게 실종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위로했다. 동행한 백악관 출입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마다 일일이 옮겨 다니면서 그들의 얘기를 경청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이 사고로 가족과 이별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1972년 교통사고로 첫 아내, 그리고 어린 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당시 델라웨어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엄마 없는 두 아들을 돌보기 위해 수도 워싱턴에 상주하는 걸 포기하고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에서 매일 기차로 워싱턴 의회까지 출퇴근을 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의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 현장 근처 ‘추모의 벽’에 붙은 실종자들의 얼굴 사진과 각종 사연, 추모의 꽃 등을 살펴보고 있다. 서프사이드=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2015년에는 당시 46세이던 큰아들 보 바이든을 암으로 잃었다. 장래가 촉망되는 소장 정치인이었던 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슬픔에 잠긴 바이든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을 위로하며 훈장을 수여하고 이에 감격한 바이든 대통령이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모습은 지금도 미국 정치사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공감의 정치인’ 바이든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절대 희망을 잃지 말라”며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여러분이 잃었을지 모르는 이들(실종자)은 삶 전체에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다독였다.

 

실종자 가족과의 만남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경호팀의 재촉을 받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랜 시간을 할애한 이유에 관해 “나와 얘기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과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프사이드를 떠나기 전 ‘추모의 벽’이란 이름이 붙은 철제 펜스도 찾았다. 붕괴 참사 현장 근처에 있는 이 펜스는 희생자와 실종자들의 얼굴 사진, 가족 등 지인이 쓴 추모의 글, 그리고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꽃다발 등이 빼곡히 붙어 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얼굴 사진을 일일이 살펴보고 또 애타는 사연도 하나씩 읽어가며 천천히 추모의 벽을 지나갔다.

 

플로리다 일정을 마무리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우리의 메시지는 ‘우리가 여러분을 위해, 하나의 국가로서 여기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가 수색·구조에 드는 비용 전부를 대겠다. 우리(연방정부)는 끝까지 어디 안 가고 여러분 곁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