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주말에도 7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한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불법 대규모집회에 단호히 법적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당국의 만류에도 지난 주말 도심에서 열린 8000명 규모의 민주노총 집회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해 보수층 집회 예고에 ‘반사회적 범죄’라고 지적했던 것과 비교해 시기나 대응 수위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관건은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를 다시 억제하는 일이다. 방역 당국은 지자체와 합심하여 비상하게 대응해 주기 바란다”면서 “고위험시설을 집중점검하고, 강화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위반 시 즉시 영업을 정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엄격히 적용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불법적인 대규모 집회 등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집단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상황이 심각한 만큼 수도권 지자체들도 더욱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수도권 방역망이 뚫리지 않도록 총력 대응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노조원 8000명이 참석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 종로 등 도심에서 기습적으로 개최했다. 애초 집회장소로 정한 여의도가 봉쇄되자 기습적으로 종로로 바꿔 시위와 행진을 강행했다.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긴했으나 밀집장소에서 대규모로 모이다보니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앞서 집회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찾았으나 면담을 거절당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상황에서 국무회의에서 “공동체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반사회적 범죄를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해서는 안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난해 11월4일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 출석,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를 원천 차단한 것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 추궁에 “지금 불법 집회 참석한 사람을 옹호하는 겁니까”라면서 주최 측을 “살인자”라고까지 비난했다.
야당 등에서는 지난해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서는 강도높게 비판한 문 대통령이 이번에는 민주노총 집회가 모두 끝난 뒤 뒤늦게 엄정 대응을 주문하는 건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