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40대 초반 1인가구 A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담긴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가격이 2배 넘게 올라 아파트를 사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 돼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된 기분인데, 야근비 합쳐 400만원 정도 버는 내가 상위 20%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15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는데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모아놓은 돈이 적어 빌라에 전세로 살면서 아파트 장만을 위해 틈틈이 저축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의미 없는 일이 돼 버렸다”며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장 다녀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노동소득 몇십만원 차이가 의미가 없어진 마당에 재난지원금도 배제하겠다니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2차 추경안을 통해 국민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급 ‘커트라인’을 놓고 맞벌이가구와 1인가구 등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세종청사에서 안도걸 기재부 2차관 주재로 ‘2차 추경 범정부 회의’를 열고 국민지원금 등 3개 분야에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TF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국민지원금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이 참여하는 소상공인피해지원팀, 기재부와 행안부, 중기부, 금융위 등이 참여하는 상생소비지원금팀으로 구성된다.
국민지원금 TF는 지급 기준선인 ‘소득 하위 80%’를 올해 기준 중위소득의 180%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월소득(세전) 기준 △1인가구 329만원 △2인가구 556만원 △3인가구 717만원 △4인가구 878만원 △5인가구 1036만원 △6인가구 1193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커트라인이 정확하게 소득 하위 80%를 가려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경계선에 있는 사람의 경우 민감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는 6월분 건강보험료(이달 10일 확정)와 주민등록정보 등을 분석해 이달 말 지원금 커트라인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검토 중인 수준에서 커트라인이 결정될 경우 맞벌이가구의 상당수가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맞벌이는 외벌이보다 소득이 많더라도 육아 등에 쓰는 ‘필수비용’이 많아 기준선을 높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인가구도 다인 가구처럼 기본적인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는데 이를 고려해 줘야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소득 기준을 충족해도 공시가 약 15억원(시세 20억∼22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와 이자·배당으로 연간 2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재산가는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소득이 바로 잡히지 않는 고액 주식 보유자에 대해서는 국민지원금을 줘야 하는지도 논란이 예상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건보료 자료가 기준이 된다는 점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분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은 올해 5~7월이고, 소상공인 신고기간은 8월까지로 유예해 최소 9월은 돼야 전체 소득자료 취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여야는 오는 23일까지 2차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또 7월 임시국회 회기는 이날부터 31일까지로, 추경 관련 정부 시정연설은 8일 오전 본회의를 열어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