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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양 저현고의 혁신학교안 부결…전문가 “일방 추진 말고 학부모에 대안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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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경원중에 이어 저현고도 지난달 혁신학교 신청안 운영위원회 심의 결과 부결
저현고 혁신학교 반대 학부모 "학력 수준 떨어질 수 있어. 지금은 아이들 공부에 집중할 때"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신반포 7차 아파트에 경원중의 혁신학교 전환을 추진하는 규탄하는 내용의 플랜카드가 나붙어있다. 경원중은 혁신학교로 지정받기 위한 절차를 다 밟았으나 학부모의 격렬한 반대로 결국 철회?다. 사진=경원중 학부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원격수업에 학부모의 아이 공부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 주부는 “학교에 갈 수 없으니 요즘 최대 관심사가 아파트 게시판에 붙여진 과외 전단지”라며 웃픈(?)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저현고에서 지난달 24일 혁신학교 신청안이 운영위원회 심의 결과 부결됐다. 자율형 공립고인 저현고는 내년 일반고로 전환되는데, 앞서 도 교육청은 고교체제 개편 방향에 맞춰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의 희망에 따라 자율학교로 지정해 교장 공모제와 교원 초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로 공교육이 유명무실해지며 불안한 와중에 저현고가 혁신학교 전환을 검토하자 재학생은 물론이고 인근 중학교 학부모들이 집단으로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자녀들이 미래 대학 입시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한 결과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교육부의 고교 학업 성취도 자료에 따르면 ‘기초학력 미달’ 평가를 받은 혁신고교 학생 비율은 11.9%로 전체 평균인 4.5% 대비 2배를 넘었다.

 

교육 당국은 이와 달리 혁신학교를 통해 학급당 인원을 줄이고 인성교육의 비중을 키움으로써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다며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공교육의 방향성을 두고 각각 다른 곳을 쫓고 있는 교육 당국과 학부모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혁신학교 졸업생 “잃어버린 교육의 본질, 공교육의 희망”

 

혁신학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토론수업, 학생회 활성화, 선생님과의 깊은 교류를 장점으로 꼽는다.

 

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의 심규원 대표는 7일 “선생님이 비단 공부만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찾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학교가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곳으로 여겨졌는데, 혁신학교에 다니면서 ‘사랑받는 학생’이 됐고 공부 그 이상을 얻었다는 게 심 대표의 경험담이다.

 

‘학력 저하에 따른 대학 입시 준비 미흡’ 지적과 관련해 심 대표는 “혁신학교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 덕분에 공부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고, (이 프로그램이) 학생부 종합전형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많은 학생이 입시를 위한 문제풀이 교육에서 벗어나서 하나를 ‘깊이’ 배울 수 있는 교육을 받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과거 블로그에서 “까딱하다가는 내가 60년 전 받은 교육을 손주들한테 시키겠더라”며 “교육청이나 교사들 입장에서는 기존에 하던 방식이 가장 쉽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까지 편의적으로 할 수 없다”고 혁신학교를 예찬한 바 있다.

 

경기도 교육연구원 소속 백병부 박사는 과거 EBS에 출연해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학부모의 우려는 자녀가 혁신학교에 다니며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소통이나 체험을 중시하는 수업 풍토, 학교의 민주적인 문화, 학생과 학부모를 학교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운영방식이 혁신학교에 다니는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를 오히려 높여준다는 게 백 박사의 전언이다.

출처=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보도자료

 

◆학부모 “우선 대학을 가는 것이 중요”

 

어느 대학에 가느냐를 중요하게 여기는 학부모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저현고의 혁신학교 전환 반대 시위를 주도한 학부모 윤모씨 역시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우려를 가장 먼저 꼽았다. 혁신학교의 취지가 좋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당장 눈앞에 놓인 대입을 무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윤씨는 “입시 위주 학교의 재학생에 비해 혁신학교 학력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며 “굳이 고교 때부터 토론이나 발표 수업을 의도적으로 늘리지 않아도 대학 입학 후 알아서 다 잘한다. 지금은 공부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서울 강남에 있는 학교도 다 혁신학교 지정을 해야 하지 않느냐”라며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라고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혁신학교를 추진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연계하여 학생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해야 한다”고 일관성이 떨어지는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이 같은 학부모의 우려를 사전에 달래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와 학부모, 교육청이 합의점을 찾는 방법으로 ‘학부모의 선택권 보장’을 제시했다.

 

이미 혁신학교 지정 절차에 학부모 동의를 의무화했지만, 더 나아가 소수의 반대하는 학부모의 자녀가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갈 수 있도록 전학 청구권을 보장하자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아울러 “학부모가 혁신학교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인 ‘공부량 부족’과 ‘이념 교육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