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가부 외에 통일부도 폐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당론이라면 유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 진영은 원래 ‘작은 정부론’을 추구한다”고 운을 뗀 후 “정부 부처가 17~18개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좀 많은 편이다. 여가부(여성가족부)나 통일부 이런 것들은 없애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통일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게 아니”라면서 “외교와 통일 업무가 분리된 게 비효율적일 수 있다. 외교의 큰 틀 안에서 통일 안보가 있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남북 관계는 통일부가 주도한 게 아니라 국정원이나 청와대에서 바로 관리해왔다”면서 “통일부 장관은 항상 좀 기억에 안 남는 행보였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주목받았던 시절은 딱 한 번, 과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외교·통일 부총리 역할을 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굉장히 격상된 위치에서 외교주무 부총리로서 일했을 때”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도 인수위 시절인 2007년 말 통일부를 외교부에 흡수시키는 방안을 추진한 적 있다.
그러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같은 날 연합뉴스에 “이 대표의 통일부 폐지 발언이 국민의힘 당론인지 묻고 싶다”면서 “당론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표의 주장이 현재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고위 당국자는 “이 대표는 남북 관계가 냉각기였던 최근 보수 정부만 참고한 것 같다”면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역할을 한 게 전부라고 주장할 게 아니라, 그런 만큼 통일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