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정부에 제안한 바이오 창업기업 지원 사업인 ‘K-바이오랩허브’ 후보지를 인천 송도에 내주게됐다. 대전시는 정부 공모사업과는 별개로 ‘대전형 바이오랩허브’를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9일 ‘K-바이오 랩허브’(이하 랩허브) 공모사업에서 인천 송도를 최종 선정했다.
중기부는 “인천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대표 바이오 기업과 함께 병원, 연구소 등이 집약돼 있어 산·학·연·병 협력 네트워크가 중요한 K-바이오 랩허브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중기부에서 열린 프리젠테이션 발표자로 나섰던 허태정 시장은 중기부 발표 후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부의 발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정부 공모사업과는 별개로 대전형 바이오랩허브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지난 해 12월 ‘2030 대전 바이오헬스 혁신성장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지역 바이오생태계 구축 및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
‘대전형 바이오 랩허브’는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바이오클러스터 인프라와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의 충남대병원 시설을 활용해 추진된다. 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출연연의 연구개발능력,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활용해 대전만의 바이오 특화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허 시장은 “대전은 세계수준의 융복합이 가능한 기술력과 이를 빠르게 실현할 고급인력이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허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지역 공모사업이 가진 구조적 한계와 ‘수도권 쏠림 현상’을 보이는 국가 공모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애초 K-바이오랩허브 사업은 2019년 대전시가 바이오 기업 ‘모더나’ 배출로 유명한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기관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해 정부에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그러나 올 5월, 중기부가 이 사업을 전국 자치단체 공모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지자체간 경쟁에 불을 붙였다.
허 시장은 “바이오분야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지원이라는 이번 본래 목적을 간과한 후보지 선정에 대전 뿐 아니라 탈락한 다른 자치단체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공모사업 평가 배점에 ‘지역균형발전 가점’이나 사업 아이템을 제안한 자치단체에 대한 인센티브 등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전시는 지역에 500개가 넘는 바이오벤처기업 등의 인프라와 함께 세종·충남과 입주기관 협력 구축 등 유치 타당성과 당위성을 제시해왔다. 22만명이 넘는 시민들도 유치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허 시장은 “랩허브 대전유치를 위해 많은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 시민여러분께 송구하다”며 “대전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K-바이오 랩허브는 감염병 진단·신약 개발 등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바이오 창업기업이 실험과 연구부터 임상·시제품 제작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갖추게 된다. 산업계·학계·연구시설·병원이 협력해 이 시설을 지원한다.
국비 2500억원이 투입되며 올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후 사업계획이 통과되면 2023~2024년 조성공사를 거쳐 2025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