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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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사람들은 어떻게 주식투자를 할까 [김범수의 좌충우돌 경제만상]

재테크 1번가, 자본주의의 성지 여의도. 여의도 증권가에 출근하는 직장인은 하늘까지 닿아있는 높은 건물을 보면서 부에 대한 야망을 느낀다. 

 

여의도 직장인 중에서 재테크를 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식당이나 카페를 오가면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최근 재테크 수익률과 유망 주식 종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의도 직장인도 상당수는 평범하다. 몇몇 영화에서나 나올법하게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소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여느 직장인과 비슷하게 월급을 쪼개서 재테크를 한다.

 

이들의 주요 재테크는 단연 주식이다. 여의도 증권가 사람 4명을 만나 그들의 주식투자 방법을 물었다.

 

◆여러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는 ‘파종기법’

 

국내 내노라하는 증권사에 다니는 임모씨는 자신의 주식투자 방법을 ‘파종기법’이라고 칭했다. 마치 농부처럼 여러 씨앗을 뿌려 풍작을 기대하는 방법이다.

 

임씨가 선택한 주식은 바이오 종목이다. 임씨는 코스닥에 상장된 7~10개의 바이오 기업을 선정해 비슷한 투자금 규모로 주식을 사들인다. 임씨가 투자한 바이오 기업은 우선 신약개발에 막 착수한 회사들이다. 임상실험에 실패하면 주가는 급락하지만, 반대로 성공하면 ‘대박’이 나는 기업들이다.

 

임씨는 ‘파종을 하는 심리’로 리스크가 큰 바이오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임상 실험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투자한 10개의 기업 중 2~3개만 ‘풍작’이 나면, 나머지 5~8개 종목이 ‘흉작’이 나도 수익을 얻게 된다.

 

임씨는 “바이오 종목 한 개에 모든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무모한 방법”이라며 “여러 기업에 균등 투자를 해서 몇몇 임상에 성공하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최소화 한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 방식

 

MZ세대 김모씨는 나이와 다르게 보수적인 가치 투자를 한다. 주변에서 김씨에게 급등주 호재 정보를 알려줘도, 김씨는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투자를 한다.

 

김씨는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의 투자 방식을 롤모델로 삼는다. 전통 산업군 종목은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부채비율 등을 빠짐없이 분석한다. 아울러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참고하며 가치가 저평가 된 종목을 찾아 투자한다.

 

또한 김씨는 자신만의 공식으로 해당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 주가가 적정 수준까지 올라오면 주식을 처분한다.

 

그렇다고 김씨가 전통산업 종목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재무제표로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통신(IT),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신(新)산업 종목도 투자한다.

 

김씨는 신산업 종목에 투자할 때는 재무제표 분석은 뒤로 미룬다. 가장 먼저 해당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글로벌 수요, 모멘텀을 공부한다. 중간에 외신 경제기사를 보는 것은 필수다.

 

선택한 신산업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면, 투자하려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경쟁해도 생존할만큼 ‘엣지’가 있는지 확인한다. 두 가지를 충족하면 신산업 종목 투자로 이어진다.

 

김씨는 “결정을 하려는 순간 100% 확신이 들면 이미 늦을 때가 많고, 50% 확신이 들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대략 70~80%의 자기 확신이 들면 과감하게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급등주에 올라타라’...기호지세

 

이모씨의 투자방법은 급등주에 올라타는 ‘기호지세’다. 재무제표 분석, 리스크 관리도 이씨에게는 그저 한낱 숫자놀음일 뿐이다. 과감하면서도 때로는 무모해보이기도 한 이씨를 두고 주변인은 ‘사자의 심장’, ‘야수파’라고 부를 정도다.

 

이씨가 즐겨 투자하는 종목은 ‘테마주’와 ‘작전주’다. 테마주 중에서 특히 정치 테마주를 선호한다. 국회와 인맥이 많은 덕에 이씨는 정치권 정보를 더 가까이 접하는 편이다. 유력 정치인의 테마주를 미리 리스트로 만들어 놓고, 선거철에 맞물려 테마주를 사들인다. 투자라기보다는 ‘베팅’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씨의 작전주 투자도 도박성이 짙다. 기업의 가치에 비해 이유없이 급등하는 종목은 이른바 ‘작전’에 들어간 종목이 많다.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려 뒤늦게 현혹된 개인의 투자금을 빨아먹고 매도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씨는 이같은 작전에 들어간 종목을 미리 파악한다. 주변 정보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재무제표와 차트만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덕분이다.

 

이씨는 작전이 들어간 종목을 저점에 매수해 적당히 올랐을 때 매도해 차익을 노린다. 여기에는 상당 부분 운도 따른다. 예상과 달리 작전 세력이 빠지는 ‘설거지’ 타이밍이 일찍 와버리면, 이씨의 투자금은 함께 쓸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씨는 “솔직히 주변에 권하고 싶지 않는 주식 투자 방법. 괜히 권했다가 욕만 먹게 된다”며 “매수와 매도 타이밍은 어느 누구도 알수 없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건물주와 같은 심정으로...‘배당주 사들이기’

 

박모씨는 가장 안정적인 주식 재테크를 한다. 바로 배당 수익을 추구하는 재테크다.

 

박씨는 배당률이 높은 금융주 등의 종목을 꾸준히 사들였다. 매수한 배당주를 다시 매각한 적은 없었다.

 

박씨가 목표로 하는 배당주 매수액은 10억~15억원이다. 최근까지 모인 박씨의 배당주는 약 8억원 가량이다.

 

이렇게 사모은 배당주로 한 해 약 5%의 배당 수익률을 얻는 재테크다. 박씨의 계획대로 10억원 상당의 배당주는 배당 수익만 한 해 5000만원이 발생한다. 이같은 고정적인 배당 수익으로 은퇴 후 노후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박씨는 “보통 부동산 임대수익이 한 해 4~7%인데 이게 배당주 수익이랑 비슷하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서 매각 차익을 노릴 수 있는 것 처럼, 배당주 역시 상승해 배당 수익 이외에 매각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점도 유사하다”고 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