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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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방식 선택지 늘면 여성 경력단절 줄어들 것” [차 한잔 나누며]

일자리 플랫폼 ‘위커넥트’ 김미진 대표

“임신·육아 등에 공백 생긴 여성들
유연한 근무조건 스타트업 연결
커리어 관리 프로그램 등도 제공
두려움 갖지 말고 입사 지원하길”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 살림에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해결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임신, 출산, 육아, 이사, 건강… 삶에 변화가 생기면 일하는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거든요. 다양한 방법으로 일할 수 있다면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줄어들 겁니다.”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 살림에서 만난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는 “구성원의 생애주기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근무조건을 가진 회사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시간제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를 넘어 근무 방법의 ‘선택지’ 자체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이끄는 위커넥트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자리 플랫폼이다. 2018년 9월 베타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위커넥트를 통해 300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찾았다.

김 대표는 ‘경력단절여성’ 대신 ‘경력보유여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주체를 말할 때는 단절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쓰기보다 그들이 가진 경험과 전문성에 초점을 두자는 의미다.

그는 “30대 초반이 되니 주변에 결혼하고 아이가 생겨서 일을 그만두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졌다”며 “하나같이 ‘회사가 뽑아주지 않아 일을 다시 못할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둘을 연결하면 시너지가 나겠다고 생각했죠.”

김 대표는 위커넥트를 통해 이러한 일자리 ‘미스매치’(수급 불일치)를 해결하고자 한다. 실제로 경력이 있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로 공백이 생겼다거나 배우자 회사의 이전·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통근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경력보유여성들이 위커넥트로 일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또 예산 등의 이유로 전일제가 아닌 유연한 근무조건으로 경력자를 채용하고 싶어하는 스타트업이나 사회적 기업 등은 위커넥트를 통해 적임자를 만났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위커넥트에도 영향을 줬다. 김 대표는 “얼어붙었던 지난해 채용시장이 올해 조금씩 풀리면서 구인·구직은 많은데 매칭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최근에는 정보기술(IT) 개발자 채용 등이 많은데 개발자 중 여성은 많지 않고, 직종에 따른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 살림에서 위커넥트의 설립 취지를 설명하며 웃고 있다. 남정탁 기자

코로나19로 항공·여행업을 비롯한 서비스업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위커넥트를 찾는 관련 종사자들도 늘었다. 현재 상황에서 이들이 해오던 업무를 계속할 수 없다면, 위커넥트는 개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회사와 직군을 추천해준다. 예컨대 승무원이나 관광산업 분야에서 일해온 여성이라면 고객경험(CX) 업무와 연결하는 식이다.

위커넥트는 채용 중개 외에도 커리어 개발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경력보유여성들의 팁이나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법, 채용공고 분석과 노무 관련 정보도 접할 수 있다.

김 대표의 꿈은 ‘위커넥트가 필요 없는 날’이 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모든 직군에 유연한 조건으로 경력보유여성을 채용해 위커넥트의 역할이 사라지는 날이 와야 한다는 의미다. 그때까지는 경력보유여성들의 든든한 ‘보험’이 되고자 한다. 그는 “지금 일하는 여성들이 ‘언젠가 일을 그만두더라도 다시 일하고 싶을 때 위커넥트를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력보유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 대표는 “Professional Mom, You’re Enough!”(엄마이자 전문가인 당신은 충분합니다)란 문장으로 답했다. 그가 위커넥트 서비스를 시작하며 내건 문구이기도 하다.

“많은 경력보유여성이 ‘공백이 있는데 잘할 수 있을까, 가서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계세요. 너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일하고 싶다면 일단 지원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