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멸망’이죠. 근처 사장님들도 다 죽으란 거냐고 해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앞둔 주말인 10일 오후 7시쯤 서울 강남역 인근의 고깃집 사장 김모(43)씨는 한산한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꼬박꼬박 4명까지만 받으면서 방역수칙을 지켜왔는데 이제 큰일 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근처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40대 박모씨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확진자 수가 잡혀간다고 생각했고 조금씩 장사도 회복돼 희망을 갖기 시작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다”면서 “다음 주부터는 3명도 못 만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을 2인까지만 허용하는 사실상 ‘6시 통금’ 수준의 강력한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저녁 영업을 주로 하는 업주들은 이달부터 거리두기 완화를 기대했다가 오히려 악화한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거리두기 4단계를 앞둔 주말, 서울 도심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강남역 인근에서 38년 동안 고깃집을 운영해온 60대 김모씨는 “4단계 격상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외출을 안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사람 없는 토요일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몇 주간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대문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그동안 힘든 고비가 많았지만, 늘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버텨왔는데 이제 한계”라며 “정부가 앞으로 저녁에는 사적 모임을 하지 말라는데 그럼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냥 다 문 닫으라는 얘기 아니냐. 상황이 엄중한 건 알지만 속이 상해서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털어놨다.
특히 주말이면 인파가 몰리던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평소보다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과 여의도 식당발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많은 시민이 불안감을 느끼고 발길을 끊은 듯했다. 여의도의 한 백화점은 주말이면 식당 앞 등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지만, 이날은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백화점 직원은 “요즘 손님이 줄기는 했지만 오늘은 정말 한가하다. 오픈한 이래 가장 손님이 없는 토요일”이라고 전했다.
평소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대형마트 문화센터를 찾던 직장인 이모(39)씨는 “강남 현대백화점 사태를 보니 대형마트에 확진자가 다녀가면 아이들과 검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며 “당분간 쇼핑몰이나 마트, 식당 등을 아예 가지 말아야겠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다양한 판촉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거리두기 4단계로 고객 유치 이벤트를 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됐다”며 “당분간 모든 역량을 방역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면세업계도 크게 낙담한 분위기다. 최근 무착륙 관광비행 운항이 늘어난 가운데 ‘트래블 버블’ 추진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내국인 고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당분간 업황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산한 서울 도심과 달리 전국 유명 해수욕장 등 비수도권 관광지는 주말 동안 피서객들로 종일 북적였다. 수도권이 방역 고삐를 조이면서 비수도권 해수욕장 등으로 관광객이 몰린 탓이다. 하지만 이곳 상인들 역시 북적이는 손님들을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방역이 강화돼 장사를 망칠까 노심초사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서해안 최대 규모인 보령 대천해수욕장에는 11일에만 6만여명이 찾았다. 대천해수욕장 인근 상인 박모(54)씨는 “우리는 다 한 철 장사인데 수도권 대규모 확진으로 인한 불똥이 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천안 지역의 한 상인은 “수도권 거리두기 강화로 원정 유흥을 오는 수도권 사람들이 많아질까 봐 걱정된다”며 “신분증을 확인해서 수도권 지역 손님들은 받지 말아야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