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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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화장실서 숨진 여동생 떠올린 이재명 “오빠 덕 안본다며 떠나는 날까지 청소노동자로”

페이스북에 “백번이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호소
‘사법 파동 주역’ 신평 변호사 “이 지사만이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강한 분노 표시” 높이 평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1일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를 찾아 숨진 청소노동자 유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숨진 청소노동자를 둘러싸고 노사가 갑질 논란을 빚은 서울대를 찾았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오빠 덕 안 보겠다며 세상 떠나는 날까지 현장 청소노동자로 일했다”며 여동생을 떠올렸다.

 

이 지사는 12일 오후 페이스북에 “(어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현장에 다녀왔다”며 “당장은 고인을 잃은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진실은 (노사) 양 주장 어디쯤 있을 수 있다”며 “지금은 사무치는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분명한 조치가 따르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기도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은 특히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라며 “도내 아파트 경비·청소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을 해결하고 민간 분야의 휴게시설도 직접 나서 개선했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올해부터는 산업단지나 사회복지 시설의 휴게시설 설치를 추진한다”며 “‘아파트 경비 노동자 인권보호 모니터링단’ 구성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가 향해야 할 곳을 언제나 기억하겠다”며 “몸이 기억하는 일”이라고 다짐했다.

 

계속해서 “모든 일하는 주권자의 삶이 서럽지 않은 세상,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사는 또 “여동생 생각이 났다”며 “늘 생각한다”고 아픈 가정사도 털어놨다. 

 

더불어 “도대체 제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빚지며 여기까지 왔는지, 백번이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도 못하게 되었다”며 “(여동생은) 쓰러진 날도 새벽에 나가 일하던 중이었다”며 숨진 누이를 애도했다.

 

이 지사는 마지막으로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와 관련,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모든 것을 성실히 감내하셨던 누구보다 존엄한 노동자셨다”고 높이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 지사는 전날 서울대에 마련된 사망 청소노동자 추모 공간을 찾아 지난달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숨진 청소노동자 이모씨(59)의 남편과 얘기를 나누다 손수건으로 두어차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홍정민 캠프 대변인은 “부군이 매일 아내와 함께 출근했다고 한다”며 “지금은 혼자 출근할 수밖에 없어서 출근 때마다 우신다고 한다”고 면담 과정을 전했다.

 

이와 함께 “이 지사가 그 말을 듣고 많이 울었다”며 “7년 전 (이 지사의) 여동생이 청소노동자였는데 화장실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지사가) 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신평 변호사(사법 연수원 13기)는 이날 ”역시 이재명”이라며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서럽게 삶을 마감했고 죽음 후 일어나는 일도 몹시 서러운데, 이 지사만이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고 추켜세웠다.

 

앞서 신 변호사는 법원 비리를 폭로했다가 1993년 ‘판사 재임용 탈락 1호’를 기록해 전국 판사들의 사법 파동을 불러온 인물이다.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장을 맡았고 이 정부 들어 여러번 대법관 후보 물망에 올랐으나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비판을 해왔다.

 

신 변호사는 또 이 지사에 대해 “그는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온다’는 말로 죽은 노동자와 일체감을 표시하며 결연하게 나섰다”며 “싸움의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싸움으로 얻어지는 대의명분을 위해 삶의 모든 것을 바치는 심정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정치적 고려로 행동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지사는 그 정도의 인물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비극을 그대로 넘어간다면 그의 지나간 고단한 생의 여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