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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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 김연경 올림픽 메달 꿈 이룰까

세계 최고선수의 ‘마지막 도전’

첫 출전 2012년 대회 4위 아쉬움
5년전에는 8강전에서 덜미 잡혀
전력 약화 속 후배들 활약이 관건
김연경 “조별리그 통과 1차 목표
도쿄에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사진)은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이뤄냈다. 2005년 V리그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곧바로 리그 우승과 신인왕, 정규리그 및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싹쓸이하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입증했다.

V리그 네 시즌 동안 정규리그 MVP 4회, 챔프전 우승 3회 및 챔프전 MVP 3회의 위업을 달성한 김연경은 이후 일본과 터키로 무대를 옮겨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특히 2012년 터키 페네르바체 소속으로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 득점왕, MVP까지 차지하며 커리어 정점에 섰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낸 김연경에게 남은 목표는 이제 딱 하나, 올림픽 메달이다. 첫 출전이었던 2012 런던올림픽에서 김연경은 207득점으로 올림픽 여자배구 역대 최다득점 신기록을 세우며 MVP까지 따냈다. 다만 메달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8강까지는 승승장구했으나 4강전에서 미국에 패했고, 동메달이 걸린 3·4위전에서 ‘숙적’ 일본에 0-3으로 완패하며 4위에 그치고 말았다. 5년 전 2016 리우에서는 8강에서 네덜란드에 덜미를 잡혀 또다시 올림픽 메달의 꿈을 접고 말았다.

이후 김연경은 입버릇처럼 “올림픽 메달은 꼭 하나 따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한 열의를 불태워왔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김연경에게 이번 도쿄 무대는 전성기 기량의 끝자락에서 치르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쿄 올림픽이 1년 미뤄진 사이 대표팀 전력은 많이 약해졌다. 이다영-이재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이며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고, 2020~2021시즌 GS칼텍스 우승의 한 축으로 활약한 강소휘도 부상으로 빠졌다.

김연경이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의 공격력과 안정된 리시브로 ‘상수’ 역할을 해준다고 보면, 관건은 김연경을 뒷받침해줄 후배들의 활약이다. 특히 남은 레프트 한 자리를 소화할 박정아(도로공사)나 이소영(KGC인삼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정아는 187㎝의 큰 신장을 앞세운 공격력은 좋지만, 리시브 능력이 아쉽다. 이소영은 신장이 175㎝로 다소 아쉽다. 김연경의 공격 부담을 덜어줘야 할 라이트 자리도 주전이 예상되는 김희진(IBK기업은행)이 소속팀에선 라이트보다는 센터로 주로 활약했기에 포지션 적응이 필요한 데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상황이다.

세계랭킹 14위인 한국 여자배구는 25일 브라질(3위), 27일 케냐(24위), 29일 도미니카공화국(6위), 31일 일본(5위), 8월2일 세르비아(13위)와 A조 예선을 벌인다.

상위 4개 팀은 8강에 진출해 미국(1위), 중국(2위), 터키(4위), 러시아(7위), 이탈리아(9위), 아르헨티나(16위)가 속한 B조 1∼4위와 크로스 토너먼트를 치른다. 8강에서 미국, 중국 등 강호를 피하려면 예선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한국은 한 수 아래 케냐를 확실히 잡고 도미니카공화국,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다.

전력만 보면 김연경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을 메달권으로 꼽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연경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듯 올림픽 메달보다는 조별리그 통과를 1차 목표로 밝히고 있다. 김연경은 최근 열린 결단식에서 “현장에 가서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최대한 한국에 늦게 들어왔으면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