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행사 열풍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들린다. 수많은 언론이 ESG 경영의 길잡이를 자처하는데, 기업평가와 시상을 핑계로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이다. 보통 길잡이라 하면 길을 잘 아는 사람을 일컫는데, ESG 경영을 잘 실천하는 언론이 있는지, 그중에서도 기후변화에 관한 노력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졌다.
2019년 결성된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overing Climate Now)’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보도를 늘리자는 취지의 글로벌 이니셔티브이다. 세계 곳곳의 460여개의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동아사이언스가 유일하다. 동아사이언스는 2020년 1월 호주 산불을 유발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움직임을 촉구하는 전문가와의 인터뷰 기사를 자세히 다뤘는데, 이는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한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는 국내 언론 사례는 찾기 어려워 BBC 퓨처 플래닛(Future Planet)이라는 선구적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BBC 퓨처는 복잡다난한 사회에서 자동 반응적인 기사를 지양하고, 증거에 기반한 분석과 깊이 있고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지향하는 미디어 웹사이트이다. BBC 퓨처의 한 섹션인 퓨처 플래닛은 세계 곳곳의 환경문제에 관해 제시되고 있는 다양한 해결방안을 심도 있게 취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까지라면 퓨처 플래닛은 기존에도 있어온 꽤 괜찮은 환경 간행물과 크게 다른 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퓨처 플래닛은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도 주목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저널리즘이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독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책무가 있다고 밝힌다. 이에 퓨처 플래닛의 모든 기사에는 그 기사를 보도하고 발행하기까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탄소배출량이 표시된다.
퓨처 플래닛은 크게 보아 두 측면에서 탄소를 배출하는데, 취재의 과정에서 사용하는 교통수단에 따른 배출량과 발행의 과정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기반시설에서의 배출량이다. 교통수단에 따른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퓨처 플래닛은 기사를 기획할 때부터 어느 정도의 배출이 불가피한가를 고려한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은 가장 강력한 감축수단이다. 이들은 14시간 정도를 소요해 런던에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까지 편도행 비행기를 타게 될 경우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적인 가정에서 100일 정도 사용하는 전기량에 맞먹는다고 비유한다. 이들은 지역의 기자 또는 취재원과 함께 능률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통해 적은 탄소배출량으로 세계 곳곳의 소식을 생생하고 다양하게 담는다.
기자는 취재의 시작부터 끝까지 탄소배출량을 고려하며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경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에 데이터를 보내고 전력을 사용함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측정한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독자수에 대한 감안이 중요한데, 이들은 사용자가 홈페이지를 열어본 횟수를 기준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독자가 기사를 읽는 방식에 따라 사용되는 에너지양에 차이가 발생하는데, 휴대폰을 통해 읽게 되는 경우 노트북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독자들이 위치한 지역의 탄소집약도도 큰 차이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요소 때문에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추정치일 수밖에 없고 이에 퓨처 플래닛은 범주를 제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디어의 탄소배출량에 대한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언론과 학계가 결합해 연구를 진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퓨처 플래닛은 그들이 취재한 스토리가 해결책에 관한 것인 만큼, 그들이 투명하게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공개하는 방식이 지속가능한 언론에 대한 솔루션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하는 이 언론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유일하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렇게 실천에 기반한 주장에는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