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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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깊은 곳에서 울려퍼지는 생명의 노래

바닷속 해조류 지구 산소 70% 생산
온실가스 줄이고 오염물질 정화
단순 바다에 대한 보호 호소 대신
해양 생물들의 중요한 역할 제시
저자 프라우케 바구쉐가 찍은 바닷속 풍경. 그는 “우리가 숨 쉬고 생활하는 모든 일상이 바다로 향하고 바다로부터 온다”며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서로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라우케 바구쉐, 흐름출판 제공

바다 생물 콘서트/프라우케 바구쉐/배진아 옮김/흐름출판/2만원

 

“만약 이 행성에 마법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물속에 담겨 있다.”(로런 에이슬리, 펜실베이니아대 인류학과 교수)

지구 위 인류에게 남은 유일한 미개척지는 바다에 있다. 깊은 바닷속은 전체 바다의 약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기술로는 다 파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기에 그곳은 생태계의 보고이자, 태초의 비밀을 품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닷속 세계는 신비로운 광채로 가득하다. 플랑크톤과 같은 아주 작은 생명체조차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힘과 에너지를 갖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 역시 바다에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리 내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는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서로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로 소통하며 때때로 노래하기도 한다.

인간에게도 바다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예로부터 바다는 생명, 어머니로 불려왔으며 위대한 존재로 인식돼왔다. 바다는 인간에게 수천 년 전부터 음식과 은신처, 중요한 약재, 일터, 회복의 공간을 제공해왔다. 파도의 속삭임, 바다의 산들바람,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함 등은 인간의 감정을 요동치게 하고 영감을 떠올릴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인류의 존속 자체는 바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숨을 쉴 때 두 번 가운데 한 번 필요한 산소가 바닷속 미세조류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실제 해조류는 지구의 산소 70%를 만들고, 광합성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오염 물질도 정화한다. 우리가 어디에 있건 바다와 서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바다가 생명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무분별한 남획과 해양오염,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한 해양 쓰레기 문제 등으로 바다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남획되는 고래와 상어가 멸종한다면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이 깨진다. 최고 포식자가 사라지면 그 하위 개체 수가 늘어나게 되고, 늘어난 개체 수만큼 먹이가 충분하지 못해 연쇄적인 멸종이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결국 해조류까지 이어져 지구는 더 이상 인류의 삶을 유지할 만한 산소를 생산하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프라우케 바구쉐/배진아 옮김/흐름출판/2만원

책 ‘바다 생물 콘서트’는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바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쓰였다. 심지어 달 표면에 대한 연구가 심해에 대한 연구보다 더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책은 플랑크톤에서부터 바다거북, 해달, 펭귄, 흰긴수염고래, 심해 문어 그리고 각종 해조류와 산호까지 바닷속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주요 생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해양 생물에 대한 최신 데이터는 물론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까지 다채롭게 담겼다.

책의 핵심 가치는 세네갈 출신의 환경운동가 바바 디오움이 1968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총회에서 연설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디오움은 당시 연설에서 “인간들은 오직 우리가 사랑하는 것만을 보호한다. 우리는 오직 우리 자신이 이해하는 것만을 사랑하며, 우리가 배운 것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바다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것에서 출발해야 보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은 바다에 대한 보호를 호소하는 대신 총체적인 바다를 그려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해양 생물들의 습성과 생태가 서로 어우러져 변화하고 순환하면서 지구의 건강 유지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해양생태학자인 저자 프라우케 바구쉐는 “내가 느낀 바다에 대한 사랑과 이 유일무이한 세계를 보호하려는 소망을 수많은 독자의 마음속에서도 일깨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저자 바구쉐는 영국 사우샘프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몰디브로 건너가 현지 해양생물학 기지의 총책임자를 역임했다.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리브해에서부터 대서양을 거쳐 지중해까지 9500㎞를 항해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8년에는 ‘푸른마음협회’를 설립해 바다에서의 무분별한 남획과 플라스틱 오염, 기후 변화가 지구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대중에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