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잘게 쪼개 남녀 모두에게 지울 것이냐, 희망하는 남성에게 더 큰 짐을 지우고 대가를 줄 것이냐’
‘군대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재명 경선 후보 등 여야 대권 주자 3명이 동시에 군 복무제 개편안을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현행 군복무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고 비합리적이라는 진단에서는 모두 같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린 처방책은 각기 달랐다.
포문은 지난 15일 하 의원이 열었다. 하 의원은 남녀 모두 징병해 단기간 복무하고, 희망자만 추가 복무하도록 하는 '남녀공동복무제'와 '징병·모병 혼합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 의원은 SNS에서 “저출생으로 인한 상비병력 부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현 징병제도로 상비병력 50만명 유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병사구조를 1년 복무하는 지원업무 중심의 징병 10만, 3년 복무하는 고숙련 분야의 모집병 20만으로 재편하겠다”고 공약했다.
남녀 공동 복무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로는 ‘성평등 실현’을 들었다. 하 의원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구분됐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남녀가 평등한 시대다. 세계적으로도 군대 내 여성 차별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병역자원 부족 해소와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해 남녀공동복무제를 채택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민주당 박 후보와 이 후보가 각기 다른 개편안으로 받아치며 주목을 끌었다. 박 후보도 ‘남녀평등복무제’를 공약으로 내걸며 남녀가 국방의 의무를 동등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하 의원과 달리 모병제 전환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여성도 당당한 국방의 주역이 돼야 한다. 그게 시대정신이고, 헌법의 취지를 온전히 반영하는 것”이라며 “남녀 모두 40일에서 100일 정도의 기초 군사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고 이후에는 일정 기간 재훈련을 받는 강력한 예비군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예비군제도는 우리나라가 향후 완전 모병제로 전환되더라도 정예 강군을 유지하고 뒷받침 수 있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며 “남녀평등복무제와 모병제가 우리 사회에 정착된다면 사회갈등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병역제도가 오히려 강한 안보와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달리 이 후보는 희망하는 남성에 한해 장기간 복무하게 하고, 나머지 남성의 의무 복무 기간은 단축하는 ‘선택적 모병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화상 기자 간담회에서 “병력 자원도 부족하고, 국방의 구체적 내용도 대전환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며 “남성들이 국방으로 고통받고 있으니 여성도 군대 가자는 것보다 포지티브한 방식은 모두가 억지로 군대 가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를 장비·무기 중심의 첨단기술 스마트 강군으로 바꿔 원하는 사람은 충분한 보수를 주고 장기간 복무하게 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의무 복무 기간을 줄이자”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단순 모병제로 전환하면 돈 많고 힘 있는 사람은 아예 군대에 안 가버린다. 가난한 사람만 군대 가면 군대가 어떻게 되겠나. 절대로 안 된다”며 전면 모병제 시행에는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