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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동맹, 안보 넘어 경제·기술로 확대… 中과는 연일 대립각 [심층기획 - 출범 6개월 바이든 행정부]

전통적 韓·美동맹의 가치 복원
갈등 겪던 방위비 분담금 합의 끌어내
미군 보호 명목으로 한국군 백신 제공
동맹의 범위 넓혀 이전보다 관계 강화
노골적인 대중 압박·견제
사실상 中 겨냥해 쿼드 정상회담 개최
다자간 협력체제 통해 촘촘하게 제재
이슈별로 경쟁·대립·협력 동시에 추구
北·美협상 재개 여전히 안갯속
조건 없는 대화 밝히며 北측에 공 넘겨
北 부정적… 상황 진전시킬 의지 안 보여
文 임기말·中 협조 불투명… 전망 어두워

“미국은 세계의 등불로서 다시 한번 우뚝 설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식에서 미국이 더 이상 국제사회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등한시한 동맹과의 관계를 외교로 복원하고, 세계의 리더로 다시 나설 것을 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6개월을 지낸 미국은 다자간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변화 등에 국제사회가 공동 대처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시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은 더욱 세밀해졌다. 일본·호주·인도와의 4국 협의체 ‘쿼드’(Quad)를 정상회의 단계로 끌어올렸고, 중국을 겨냥한 대응에서도 다자간 협력체제 구축에 적극적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압박 도구로 삼았던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해소됐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제공하면서 한·미관계가 회복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년 넘게 교착상태인 북·미 간 대화는 재개될 조짐이 없다. 미 조야에선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도 줄어든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취임 6개월을 맞아 한·미, 미·중, 북·미관계를 짚어본다.

◆방위비 협상, 백신 제공… 한·미동맹 제자리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전통적인 동맹으로서의 한·미관계로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오미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의 가치 복원에 역점을 둔다는 점에서 한·미관계는 전통적인 의미의 동맹관계로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첫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동맹의 범위를 안보에서 경제, 과학 및 기술 분야 등으로 확대시킴으로서 한·미동맹의 지침서를 마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미는 지난 3월 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합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폭 증액 압박으로 한·미동맹의 장애물로 작용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새 정부 출범 두 달도 안 돼 합의됐다. 한·미는 지난해 3월 2020년 분담금을 2019년의 1조389억원에서 13%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폭 인상을 주장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미 국무부는 “SMA 합의는 우리의 동맹과 공동 방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도 “이번 합의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과 동북아시아에서 한·미동맹이 평화와 안보, 안정에 ‘핵심축’(린치핀)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백신 제공 소식은 미 조야에서도 논란이 됐다. 인도 등과 비교해 코로나19 상황이 긴급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한국에 백신을 직접 공급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지만 ‘미군 보호를 위한 한국군 백신 제공’으로 합의점을 찾으면서 한·미동맹 강화의 사례로 꼽힌다.

다만 브루킹스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이나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등은 한국군이 백신 접종을 마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세계일보 자료사진

◆더 노골적인 대중 대응… 끝없는 미·중 갈등 시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취임 후 첫 다자회담으로 쿼드 정상회담을 선택했다. 2004년 쓰나미 대응을 위해 발족한 쿼드는 2007년 인도·호주가 대중 관계를 의식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 사문화했다. 이후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부활했지만 노골적인 대중 대응 요구에 큰 진전을 보이지 않다가 바이든 정부 들어서 화상 형식이긴 하지만 첫 정상회담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쿼드 4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 중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동·남중국해의 해상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겠다”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의 상당수 정책을 뒤집었지만 대중 전략에서는 대중 제재를 확대하는 등 오히려 더 촘촘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견제 전략은 ‘동맹과 함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때와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주요 7개국(G7)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트럼프 전 행정부가 등한시한 다자간 협력체제를 통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G7은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인권탄압, 대만 민주주의 위협 문제 등을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를 강화했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나토도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고, 견제 목소리를 높였다. 나토 동맹국들이 중국에 맞서 공동 전선을 펴기를 촉구해 온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라는 평가다. 다만, 영국과 독일 등은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도 중국과의 ‘대결’에만 치중하는 건 아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 또는 전화 통화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오는 10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얽힌 미·중 관계가 단기간에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오미연 국장은 “대만 문제 등 양국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더 많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관계에서 이슈별로 경쟁·대립·협력을 동시에 추구해 공생하고자 하는데, 인권과 민주주의 등 가치 문제에서 대립하는 한 실질적 협력을 논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외교로의 회귀… 기약 없는 북·미 간 협상 재개

바이든 행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2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는 재개될 조짐이 없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비핵화 협상이 올해 시작될 것 같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형식과 내용, 시기적으로 협상에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외교로의 회귀를 주창한 미국은 실무회담 우선을 내세우지만 북한은 이에 부정적이고, 양측 모두 먼저 양보할 생각이 없으며, 문재인정부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북·미 대화가 즉각 재개될 전망은 밝지 않다”고 했다. 북한이 상황을 진전시킬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차관보도 북한이 협상 전에 양보를 요구하지만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 조야에서는 백악관과 국무부도 같은 의사를 여러 번 밝혔다는 점에서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미국이 군사, 경제, 안보 등에서 오랜 기간 북한에 양보했지만 결과적으로 외교적 돌파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도 북한의 상호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테리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팀 상당수가 북한의 과거 행태를 직접 경험한 만큼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려면 북한의 변화된 조치가 필수”라고 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라고 여기고 있어 미·중 갈등이 극심한 현 상황에서 협상 재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관측이다.

 

마스크 착용자와 미착용자가 뒤섞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시장. AFP=연합

◆코로나 재확산·인플레 우려… 웃음기 사라진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대응이었다. 백신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일부 성과를 냈지만 독립기념일(7월4일)에 미국 성인의 70%가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맞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젊은층이 백신 접종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접종 속도가 급감한 탓이다. 4월 중순 33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백신 하루 접종자 수는 최근 50만명대로 떨어졌다.

 

아울러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 등이 확산하면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늘고 있다. CNN방송은 50개주 중 47개주에서 최근 1주일간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전주보다 10% 이상 늘었고, 특히 35개주는 환자 증가율이 50%를 넘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2주 새 49개주에서 신규 환자가 15% 이상 증가했고, 그중 19개주는 증가율이 100%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실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을 대폭 늘리며 인플레이션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미 노동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5.4% 올랐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수요 회복 및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맞물려 중고차 가격이 급등했고, 경제활동 재개로 호텔·항공·의류·에너지 등 물가도 크게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주말을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보내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며 취재진한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언론에 호의적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기자들과의 언쟁이 잦다며 “취임 6개월을 지나면서 온화한 ‘엉클 조’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대한 불안감 탓이란 평가다.

 

바이든 정부의 내각 구성률은 트럼프 정부보다 낫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못 미친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인준이 필요한 1200여개 공직 가운데 300여명을 지명했고, 이 중 100명가량만 확정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식품의약국(FDA) 국장 등 핵심 업무를 관장할 주요 보직이 여전히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상원 인준이 필요없는 약 1000명의 공직자를 지명했다”면서도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국정과제가 늦춰지는 것은 아니며 이는 공화당이 수많은 인준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 상원은 민주·공화당이 50명씩 차지하고 있다.

 

WP는 “바이든 정부 출범에 기여한 아시안 등 소수인종 커뮤니티가 ‘인사 배려’를 요구하는 것도 배경”이라고 전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소수인종 표밭을 고려하다보니 인사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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