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선 후보와 야권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각 진영 후발 주자들이 매서운 추격전을 벌이면서 여야 1강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 후보는 ‘공격수 이재명’의 장기를 되살려 수성에 나섰고, 처가와 관련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된 윤 전 총장은 네거티브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9일 발표한 대권 적합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30.3%로 1위에 올랐다. 이 후보가 25.4%, 민주당 이낙연 경선 후보가 19.3%였다.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KSOI의 직전 조사보다 3.1%포인트 오른 5.6%로 4위를 차지했다.
여권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6.1%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낙연 후보는 올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쳤지만 최근 1위와 격차를 좁히며 맹추격 중이다. 여권 주자만을 대상으로 한 ‘범진보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이재명 후보가 27.5%, 이낙연 후보가 23.9%를 얻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지난 16, 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상승세에 고무된 이낙연 후보 측은 1위 자리를 탈환하는 ‘골든 크로스’가 가능하다고 보고 총공세에 나섰다.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경기도 산하기관 임원 진모씨가 ‘이재명 SNS 봉사팀’이라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경쟁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격을 모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국정원 댓글 사건이 떠올랐다는 의견이 많다”며 “진씨를 수사기관에 고발해 진상을 밝히는 데 협력할 의사가 있는지 이재명 후보에게 질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명 후보 측은 “진씨는 과거 김경수 경남지사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후보 캠프는 경쟁 주자들의 ‘1위 때리기’가 가열되자 통합을 강조하는 ‘김빠진 사이다’ 태세를 접고 공격수 이재명으로 전략을 바꿨다.
야권에선 ‘거물급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행보 정치를 이어가며 서로를 견제하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 광주행에 이어 오는 20일 보수 심장인 대구를 찾아 2·28민주운동 기념탑을 참배한 뒤 서문시장, 동산의료원 등을 방문한다. 보수 텃밭에서 1960년 2월28일 대구의 8개 고교 학생들이 자유당 독재에 항거하며 일으킨 2·28민주운동을 기념하면서 중도를 아우르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X파일 논란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도덕성 논란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네거티브 대응팀을 꾸리고 캠프 밖 법률 대리인을 통해 X파일 진원지로 지목되는 정대택씨를 고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이 2011년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으로부터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은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에 대해선 “식사 및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고 어떤 사건에도 관여한 적 없어 악의적 오보”라고 반박했다.
기대주로서 가능성을 의미하는 ‘지지율 5%’를 돌파한 최 전 원장은 지지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되는 8월 말, 9월 초까지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최 전 원장에게는 남은 기간이 많지 않다. 조만간 대권 도전 선언을 통해 구체적 메시지를 낼 전망이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4·7 서울시장보궐선거 당시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역전 드라마와 저력을 보고 감동했다. 역시 고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소야대인 서울시의회와 협의하는 리더십을 보고 ‘참 좋은 정치를 하신다’고 생각했다”며 “내년에 정권교체가 돼도 흡사한 상황일 텐데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재보선 승리와 업적을 평가하면서 자신의 포부를 드러낸 발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