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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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주 120시간 근무 가능해야” VS 조국 “대량 과로사의 ‘지평선’”·민주당 “쌍팔년도 인식”

尹 “발언 취지 무시, 특정 단어만 부각해 오해 증폭”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를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윤 총장의 이같은 발언 후 여권 인사들은 “쌍팔년도 인식”이라며 잇따라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전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52시간제 근무를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가 일반화한 지금 하루 24시간 내내 숨만 쉬며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 7일 근무라고 하더라도 하루에 쉴 수 있는 시간은 고작 6.8시간에 불과하다. 사실상 사생활은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대량 과로사의 ‘지평선’을 여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20일 오전 페이스북에 “120시간÷5(주 5일 근무제)=하루 24시간 노동”이라며 뼈만 남은 사람이 ‘헉헉 방금 120시간 바짝 채웠어 이제 놀러 가 볼까’라고 말하는 만화를 공유하기도 했다. 

 

만화에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24시간 쉬지 않고 일해야 120시간이다. 정말 큰일을 하고 싶으시면 먼저 생각 좀 하고 말하십시오”라는 글도 담겼다.

 

민주당 의원들도 맹공을 퍼부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노동을 바라보는 윤 후보의 퇴행적인 인식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며 “타임머신을 타고 쌍팔년도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비꼬았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영국 산업혁명 시기 노동시간이 주 90시간,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주 98시간 노동”이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120시간 노동을 말하는 분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진짜 대한민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요즘 말로 이거 실화냐?”고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농단 때 보여주었던 재벌에게 단호했던 모습은 검찰의 힘자랑이었을 뿐이었다”며 “대권가도에 올랐으니 재벌들 저승사자가 아니라 보디가드로 전업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라고 일갈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전태일 열사의 시대에도 120시간 노동을 정치인이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며 “참으로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발언 취지와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단어만 부각해 오해를 증폭시키고 있어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최근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 고충을 들은 윤 전 총장이 그들을 대변해 제도의 맹점을 지적한 것인데, 여권은 ‘120시간’이라는 표현을 놓고 말꼬리를 잡고 있다는 반박이다.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 52시간제 도입 취지와 다르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현장에서 실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