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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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도쿄 올림픽, 그사이 쇠락한 일본의 기술 산업 "더 뒤처질 위기 직면"

17일 오후 일본 나리티공항에서 2020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향해 손 피켓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지바=뉴스1

 

일본이 1964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이들의 기술 산업이 과거와 달리 쇠퇴 양상을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일 블룸버그 통신은 “두 번의 올림픽은 일본의 기술 쇠퇴 곡선을 보여준다”며 일본 내 기술 산업 변화에 관해 보도했다.

 

지난 1964년 일본이 도쿄에서 처음 올림픽을 개최했을 당시 선보인 시속 210㎞의 신칸센 고속철은 일본 내 첨단 기술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그로부터 15년 사이 소니의 비디오카세트 레코더,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 출시와 함께 게임 산업에 혁명을 가져온 스페이스 인베이더 등이 등장하면서 일본은 미국을 제치고 최대 경제 대국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게 된 지금, 일본은 기술 공황에 빠져있다. 텔레비전, 녹음기, 컴퓨터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던 전성기 때와는 달리 현재 일본의 위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6일 앞둔 17일 오후 일본 나리티공항에 설치된 올림픽 조형물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지바=뉴스1

 

한때 이들은 ‘워크맨’으로 유행을 선도했으나, 이제는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에게 그 자리를 내줬으며 한국기업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메모리칩은 일본의 기술을 추월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이 기술 및 데이터에서 표준을 설정하면서 점차 양극화되는 세계에서 일본은 더 뒤처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뒤늦게라도 반도체 산업 일부를 탈환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으나, 정·재계는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이다.

 

니시가와 가즈미 일본 경제산업통상성 정보기술(IT)과장은 “고집스러운 일본 중심주의를 탈피하고,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재능있는 해외 인재를 고용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메이드 인 재팬’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이런 상황을 피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재부흥을 위해 대만 TSMC의 일본 내 웨이퍼 제조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반도체 칩 생산 부문을 키우기 위해 수천억엔(수조원)의 예산을 짰다.

 

하지만 매체는 “미국은 국내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최소 520억 달러(5조7000억엔, 한화 약 59조원)를 투입하고 있고,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는 10년간 4500억 달러(49조 3000억엔, 한화 약 517조원)의 투자금을 편성했는데, TSMC만이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일본이 다른 국가들과 투자 규모에서부터 밀린다는 평을 남겼다.

 

일본 대표 반도체 장비회사인 도쿄일렉트론의 히가시 데쓰로 명예회장은 “일본의 쇠락을 해결하는 것은 하나의 산업을 재건하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반도체 분야의 강점으로 키옥시아의 메모리, 소니의 이미지 센서, 부품·파워칩 제조사와 칩 제조 장비 등을 꼽으며 “이러한 부문들을 연결해 핵심을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만약 잘못될 경우 일본 경제 전체가 고통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조사 기관 IC 인사이트에 따르면, 1990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가량을 장악하던 일본은 현재 시장 점유율이 6% 수준으로 대폭 하락한 상태다.


경예은 온라인 뉴스 기자 bo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