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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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경수 ‘댓글 조작’ 유죄 확정, 文대통령은 입장 밝혀야

大法 “유죄 인정 항소심 판단 맞다”
金지사, 확정 판결도 인정 안 해
민주주의 파괴 범죄 더는 없어야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어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 공동정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이로써 김 지사는 당선 무효와 함께 도지사직을 잃고 재수감된다. 형기를 다 채운 뒤에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 지사의 정치 인생에 치명상을 입은 것은 물론 내년 대선을 앞둔 여권의 정치 지형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킹크랩’(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았는지, 드루킹의 파주 사무실에서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는지였다. 김 지사는 상고심에서도 킹크랩 존재 자체를 몰랐고, 이를 입증할 직접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루킹이 킹크랩 개발 계획과 댓글 조작결과 등을 김 지사에게 비밀 메신저로 보고했고, 김 지사가 메시지를 열어봐야만 삭제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지사가 드루킹 사무실을 떠난 뒤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 기능을 보고했다”며 주고받은 문서까지 나왔다. 특검의 꼼꼼한 수사와 증거가 김 지사의 주장을 누른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댓글 여론조작은 공동체 존립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허익범 특별검사는 “앞으로 공정한 선거를 치르라는 경종”이라고 평가했다. 대다수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신은 결백하다는 주장이다. 여론조작이라는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저지르고도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김 지사는 대법원 판결을 겸허히 되새겨 봐야 한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을 담당하고 대변인 역할도 했다. 그런 김 지사가 대선 기간 드루킹을 수차례 만나 댓글 조작을 지시하며 보고받았다. 드루킹을 김 지사에게 처음 소개한 송인배씨는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고, 드루킹 측 인사 면접을 본 이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다. 문 대통령이 과연 댓글조작 사실을 몰랐을까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어제 “입장이 없다”고 했다. 무책임한 처사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