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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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우주여행

“하늘은 캄캄하고, 지구는 푸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한없이 아름답다.” 1961년 4월 12일 소련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처음으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에 감탄했다. 태양계에서 왜 지구만 푸른빛을 낼까.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바다와 풀, 나무 같은 식물이 있기 때문이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미국의 닐 암스트롱 역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지구의 모습을 보고 한동안 넋을 잃었다고 한다. 그는 지구를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불렀다. 우주인들의 체험은 사람들의 우주여행 욕구를 자극한다.

민간인 첫 우주 관광객은 2001년 4월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 TM-32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가 8일간 머물다 돌아온 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다. 여행 경비로 2000만달러를 썼지만 “어릴 적 꿈을 마침내 이뤘다”며 흡족해했다. 모두 8명이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우주 관광을 다녀왔다. 200여억원의 경비가 드는 우주여행은 슈퍼 부자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호사인 셈이다.

최근 우주여행 상업화 경쟁이 뜨겁다.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이 우주여행 개척자들이다. 이들은 각각 블루 오리진, 스페이스X, 버진 갤럭틱이라는 우주 탐사기업을 세웠다. 어린 시절의 동경을 이유로 들지만 우주여행이 큰돈이 될 것이라는 촉이 발동한 결과일 것이다. 머스크는 연내 민간인 지구 궤도 여행, 2026년 화성 관광을 성공시킨 뒤 2050년까지 화성에 일자리를 만들어 100만명을 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화성에서 죽고 싶다는 말도 했다.

베이조스가 그제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에 몸을 실은 그는 4분간 무중력에 가까운 극미중력을 체험하고 고도 106㎞ 우주에 도달했다. 9일 전 브랜슨 회장에게 선수를 빼앗겼지만 그보다 20㎞ 높은 곳까지 올랐다. 10분간 비행을 마치고 지구에 안착한 베이조스는 “여태껏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 블루 오리진은 곧 상업용 우주 관광 티켓을 판매한다. 우주 신혼여행·수학여행이 꿈만은 아닌 것 같다.


김환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