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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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홍남기 “임대차법, 주거안정 기여”… 현실 외면한 자화자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어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신고제)과 관련해 “서울 지역 아파트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임대차법 시행 전 임대차 갱신율이 57.2%에서 시행 후 아파트 10채 중 8채(77.7%)가 갱신되는 결과가 됐다”며 “임차인 거주기간도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법 시행 1년만에 시장 투명성이 높아져 주거안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방점이 찍힌 말이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집값에 대해서는 한술 더 뜬다. 그는 “허위 거래신고 등을 이용해 시세를 조종하는 소위 ‘실거래가 띄우기(신고가 거래계약 체결 후 취소)’가 집값 인상의 주요인이 됐다”면서 “서울·수도권 주택매매 시장은 주택가격에 1~2개월 선행하는 수급동향 지표에서 2주 연속으로 초과수요가 소폭 완화되는 흐름”이라며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런데 현실은 딴판이다. 지난해 7월 말 이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고공행진이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해 올 초까지 0.10%대 상승률을 이어가다 지난달부터 0.20%대로 오름세를 키우고 있다.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갱신계약이 늘면서 전세품귀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러다 2년 이후 신규계약을 해야 할 시점에 임대인들이 전세 가격을 대폭 올려 ‘내년 7월 전세 대란’이 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집값 역시 고가 주택에 대한 각종 규제에도 강남 3구를 포함한 서울 전 지역과 인천 계양, 경기 안양·고양시 등의 집값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른다. 안양·안산·군포 등지에선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로 집값이 더 오르고 있다. 각종 규제로 거래가 줄었다지만 호가는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이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니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동산시장 상황을 모르는 이가 없는데 홍 부총리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월세와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경제 수장이 현실을 모른다면 무슨 수로 집값을 잡겠는가. 지금은 엉뚱한 통계를 제시하며 자화자찬할 게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등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어 집값을 안정시킬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