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마저 21일 유죄를 선고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복심’이자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여겨지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정치생명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고발로 시작된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김 지사와 여권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이다.
이번 댓글 조작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였다. 김 지사 측은 이를 입증할 직접증거가 전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드루킹’ 김동원씨의 보고자료·프로그램 시연 기록 등을 토대로 유죄로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김 지사 측은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김씨와의 공모관계를 부정해왔다. 김씨가 ‘선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 킹크랩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삭제되지 않고 남아있는 두 사람 간 대화 기록이나 김씨 측 내부 보고자료에는 김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에 대해 보고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
김씨 측의 일본 오사카영사직 제안이 무산되면서 김씨가 김 지사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기록에도 킹크랩 관련 내용은 없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내부 회원들과 공유한 보고자료에 킹크랩 관련 내용이 포함된 점을 들어 김씨가 김 지사에게 이 자료를 보고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허익범 특별검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김 지사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행사에 두 번째로 참석한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김씨의 진술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지만, 재판부는 당시 댓글조작 시연 스마트폰의 로그 기록을 토대로 김 지사가 참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공모 사무실에서 킹크랩 시제품 시연을 참관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며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피고인의 묵인 아래 그런 일(댓글 조작)이 벌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고, 민주 사회에서는 공정한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해 이를 조작한 행위를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 이유 모순, 이유 불비 또는 판단 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김 지사와 김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2018년 1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정부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추진할 때 일부 세력이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매크로 댓글 조작’을 했다는 의혹에서 불거졌다. 이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당시 민주당과 추미애 대표는 서울지방경찰청에 해당 의혹을 고발했다. 이후 경찰 수사과정에서 ‘드루킹’이 드러났고, 이들이 김 지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나오면서 여권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