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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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용두사미 된 한명숙 합동감찰

“이 합동감찰이 흐지부지하게, 용두사미로 대충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난 3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장담했다.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공판 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겠다는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을 앞두고서다. 박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밝혀내고 조직 문화도 개선하고, 마지막에는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넉 달이나 걸린 합동감찰 결과가 지난 14일 발표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 빠진 사이다’였다.

송은아 사회부 차장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가 되기도 했던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한 감찰은 왜 싱겁게 끝났을까. 애초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감찰’처럼 비친 인상을 벗어나지 못한 것과 무관치 않다. 빈약한 감찰 결과가 말해준다.

법무부와 대검은 2010∼2011년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 수사팀이 참고인·증인을 100여회 소환하고 이들의 가족에게 편의를 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 횟수 정도가 새로울 뿐 감찰 전부터 부적절한 수사관행으로 지적된 문제였다. 감찰 대상의 핵심으로 꼽힌 참고인·증인에 대한 수사팀의 위증 강요 의혹은 규명하지 못했다. 박 장관은 “이번 합동감찰 결과는 모해위증 혹은 모해위증 교사 실체적 혐의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핵심을 비껴갔으니, 감찰 결과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절차적 정의가 훼손됐다며 법무부가 추가로 내놓은 근거 역시 빈약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박 장관은 지난해 모해위증 교사 의혹 민원이 접수된 후 사건 배당을 둘러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 올해 초 무혐의로 결론 내리는 과정에서 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법무부 감찰담당관)과 대검 수뇌부의 갈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두루 공감을 얻기엔 애매했다. 조남관 전 대검차장(법무연수원장)이 실명을 걸고 조목조목 반박할 만큼 검찰 내부에선 ‘사실을 호도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박 장관은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과 라임·옵티머스, 월성원전 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 7300건을 제시하며 근거도 없이 추정만으로 검찰과 언론 간 부적절한 피의사실 유출 관행을 부각시켰다.

이번 감찰 내내 박 장관의 언어는 이런 식으로 군더더기가 많고 겉돌았다. 애초에 감찰 착수 과정부터 깔끔하지 못했다. 박 장관이 감찰에 나선 진의를 두고 ‘검찰개혁을 향한 명분 쌓기’라거나 ‘한명숙 수사 흠집내기를 통한 한명숙 구하기’라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감찰 결과만 놓고 보면 박 장관이 큰소리친 것과 달리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에 따끔한 경종을 울리지도, 한 전 총리를 구하지도 못한 ‘용두사미’ 감찰이었단 평가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를 그냥 지나쳐서도 곤란하다. 변죽만 울린 합동감찰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검찰 조직문화와 검찰 개혁을 위한 제도개선안이 제시됐다. 이 개선안이 현장에서 자리 잡아 검찰 변화를 이끌길, 그리하여 훗날 이번 감찰이 재평가받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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