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실효성 없는 ‘기본소득 年100만원’ 공약 당장 접어야

월 8만여원 지원은 용돈 수준
소득 격차 오히려 심화될 수도
“전형적인 포퓰리즘” 비판 거세

‘전환적 공정성장’을 제1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다시 기본소득제를 전면에 들고 나왔다. 이 지사는 어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 연 200만원, 그 외 국민에게는 연 10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재정구조 개혁과 조세감면분 순차 축소, 국토보유세·탄소세 신설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추격이 거세지자 자신의 핵심 브랜드인 기본소득을 앞세워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책 승부수를 띄웠지만 그의 구상은 현실성·실효성 면에서 여러 의문이 든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 금액은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수준인 월 50만원이지만, 재원 형편상 임기 내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했다. 5000만 국민에게 월 50만원을 주려면 3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든다. 지금도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마당에 이 정도 예산을 추가 조달하려면 미래 세대에 엄청난 규모의 나랏빚을 안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 100만원을 지급하자는 것이지만, 월 8만여원 지급은 소득이라기보다는 용돈 수준에 가깝다. 이 정도 지원한다고 해서 국민 생활이 나아질까.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까지 기본소득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나라가 사실상 없는 이유다. 미국 알래스카주가 석유판매 수익 중 일부를 1인당 월 14만원가량 지급하고 있지만 특수한 사례에 불과하다. 핀란드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도 실업자나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가 1~2년 만에 그만뒀다. 막대한 재원을 충당할 방법이 없는 데다 국민의 근로 의욕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통 경제학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기본소득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같이 정부 정책에 의한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낮은 국가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소득을 주면 오히려 소득격차를 악화시키게 된다. 게다가 국토보유세·탄소세 등으로 증세를 하면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비교된다. 기본소득제도 소득주도성장과 마찬가지로 검증을 거치지 않아 숱한 우려를 낳는다. 어느 복지 선진국도 가보지 않은 길을 왜 우리가 먼저 가야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정책 가성비나 지속 가능성 등 검토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 지사는 포퓰리즘 논란을 부르는 기본소득제를 접고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