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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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방부 ‘청해부대 집단감염’ 감사, 제 식구 감싸기 안 돼

[이천=뉴시스] 김종택기자 =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2021.07.20. jtk@newsis.com

국방부가 어제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번 감사는 다음달 6일까지 합동참모본부와 해군 작전사령부, 해군본부, 국군의무사령부 등을 대상으로 파병준비부터 감염경로·초기대응·지휘보고체계에 이르기까지 방역 전반을 들여다본다. 문무대왕함에 탄 청해부대원 301명 중 90%인 27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고 군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이다. 국방부가 사건 발생 후 얼토당토않은 말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는데 이번 감사도 제 식구 감싸기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군 당국은 이번 사태에서 총체적 무능을 드러냈다. 합참은 지난 2월 문무대왕함 34진을 파견한 이후 5개월간 백신 접종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백신을 보관할 냉동시설이 부족하다거나 기항하는 국가들이 외국군 백신 접종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는 엉뚱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감염 대비책도 부실했다. 선내에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활용하라는 방역지침과는 달리 판별력이 낮은 신속항체검사 키트만 보급돼 초기 대응 실패의 화근이 됐다. 합참은 사건 발생 후 열흘이 지나도록 이상 징후를 몰랐다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계획부터 점검, 대응에 이르기까지 온갖 의혹이 꼬리를 문다. 군 수뇌부의 태만이 장병들을 코로나 지옥으로 몰아넣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와 군 당국의 상황 인식은 안이하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는 고사하고 외려 용비어천가까지 등장해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해부대 후송용 공중급유수송기 급파를 언급하며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 대통령의 지시”라고 했다. 국방부와 합참도 국회 보고에서 “군사외교력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방역 실패로 부대원 전원이 함정을 떠나 퇴각하는 초유의 사태를 놓고 이런 자화자찬은 가당치 않다. 이래서야 이번 사태 관련 의혹을 규명하는 일을 군 당국에 맡길 수 있겠는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1년도 되지 않아 여섯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그만큼 군 기강이 풀렸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부는 청해부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수습에 나서기 바란다.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군 수뇌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필요하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