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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만든 최신 스텔스기 ‘체크메이트’, 친러 감별사 역할 맡는다 [박수찬의 軍]

러시아 주코프스키 국제항공우주센터에서 21일 열린 모스크바에어쇼에서 체크메이트 전투기 시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AP연합뉴스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기술은 미국이 주도해왔다. F-22를 운용하는 미국은 우방국에 또다른 스텔스기인 F-35를 판매하며 미 본토와 유럽 및 아시아 동맹국을 군사적으로 연결하는 ‘미국판 일대일로’를 진행 중이다.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포위망이다.

 

미국의 ‘스텔스 포위망’ 구축 움직임을 러시아는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5세대 스텔스기 SU-57을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전투기를 만들었다. 지난 21일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처음 공개된 신형 스텔스 경전투기 체크메이트다. 

 

러시아는 에어쇼 전부터 티저 영상을 공개하고, 시제기 프레젠테이션 행사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해 시제기를 둘러볼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러시아 주코프스키 국제항공우주센터에서 21일 열린 모스크바에어쇼에서 체크메이트 전투기 시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AP연합뉴스

◆5세대 스텔스기지만…혁신은 없다

 

러시아가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공개한 체크메이트 전투기는 러시아 통합항공기제작사(UAC) 산하 수호이 설계국이 개발한 5세대 경전투기다.

 

미국 F-35처럼 단발 엔진을 장착하며, 인공지능을 이용한 조종 지원 장치와 스텔스 기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음속의 2배에 달하는 속도(시속 2448㎞)로 비행할 수 있으며, 전투 반경은 3000㎞로 알려졌다. 2023년에 초도 비행을 하고 2026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생산이 시작되면 15년에 걸쳐 300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업체 투자로 개발된 체크메이트 전투기는 구체적인 성능이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장착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성능은 베일에 싸여 있다. 

러시아 주코프스키 국제항공우주센터에서 21일 열린 모스크바에어쇼에서 체크메이트 전투기 시제품과 항공무장들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다만 강력한 전자전 상황에서도 동시에 6개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UAC측이 설명하는 것으로 볼 때, 서방측 전투기에 탑재되는 최신 레이더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엔진은 UAC 자회사인 새턴이 개발하는 신형 터보팬 엔진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엔진은 체크메이크 전투기가 양산에 들어갈 시점을 전후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다만 외형적 측면에서는 혁신적인 조치가 적용되지는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동체 아래에 있는 각진 형태의 공기흡입구는 미국 F-35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X-32와 비슷한 개념이다. 경사진 두 개의 수직꼬리날개와 조종석 앞쪽에 부착된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등도 미국이나 중국 스텔스기에서 볼 수 있는 요소다.

러시아 주코프스키 국제항공우주센터에서 21일 열린 모스크바에어쇼에서 체크메이트 전투기 엔진 배기구 부분이 드러나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같은 특징은 개발 및 제작 리스크를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무인 기술이 대거 적용된 T-14 전차처럼 러시아가 개발한 첨단 무기 중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가 있었다. 체크메이트 전투기는 기술적 모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전투기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생산과 실전배치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높다.

 

기술적 혁신을 적극 추진하지 않은 대신 체크메이트 전투기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현지 언론은 제작사측의 발표를 인용, 체크메이트 전투기의 가격을 최대 3000만 달러(346억 원)로 소개했다. 중국 수출용 4세대 전투기 JF-17과 큰 차이가 없다. F-35보다 가격이 훨씬 낮고, JF-17이 갖추지 못한 스텔스 기능을 확보한 체크메이트 전투기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러시아 주코프스키 국제항공우주센터에서 21일 열린 모스크바에어쇼에서 SU-57 스텔스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MIG-21 대체하며 러시아 영향력 유지 노려

 

상당한 수준의 공군력을 갖춘 국가는 대형 전투기와 경전투기를 함께 운용하는 ‘하이-로우 믹스’ 개념을 쓴다. 미국은 F-15와 F-16, F-22와 F-35를 같이 사용한다. 중국도 J-20과 J-31을 운용할 태세다.

 

대형 전투기인 SU-27과 경전투기에 가까운 MIG-29를 함께 운용했던 러시아는 SU-57이라는 5세대 스텔스기를 만들었지만, 미국처럼 SU-57을 보조할 5세대 전투기는 갖추지 못했다. 체크메이트 전투기는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대외적으로는 방산수출과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MIG-21 대체용’이라는 것이다.

 

1959년부터 생산된 MIG-21은 1만1000여 대가 생산된 옛 소련 전투기의 베스트셀러다.

옛 소련이 개발한 MIG-21 전투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옛 소련 전투기 중 최초로 음속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를 냈다. 요격, 공대공 및 공대지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이 가능했고, 정비가 간편하며 가격이 저렴해 옛 소련 동맹국과 제3세계에 대량 공급됐다. 현재도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쓰이고 있다.

 

하지만 개발된 지 오래되면서 MIG-21의 노후화도 심해졌다. 이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F-16V, 스웨덴은 그리펜을 동유럽에 판매해 MIG-21을 대체하고 있다. 

 

가장 위협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가성비를 앞세워 JF-17을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모양새다.

 

중국이 JF-17에 대한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신형 경전투기를 출시하는 것이다. JF-17은 미국 F-16과 유사한 성능을 갖고 있지만, 스텔스 기능은 없다. 

 

하지만 MIG-21 대체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경쟁에서 러시아의 ‘수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진국에서 만든 전투기 도입은 해당 국가와 전략적 교류를 맺는다는 의미다. MIG-21을 사용한 국가는 옛 소련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러시아가 제안할 수 있는 전투기 대부분이 냉전 시절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이다.

 

1980년대 등장했던 SU-27 계열은 성능개량을 거쳐 최신형인 SU-35가 등장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 도입하기에는 성능이나 가격이 높다.

러시아 공군 MIG-29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MIG-29도 성능개량을 진행했지만 1980년대에 만들어진 기종이라는 한계가 있고, 수출 실적도 크지 않다. 옛 소련의 영향력이 미쳤던 국가에서 썼던 MIG-21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MIG-21의 개념에 스텔스 성능을 추가한 체크메이트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을 갖췄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 JF-17의 해외 진출을 견제하면서 옛 소련 기종을 사용하는 국가와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중국이 개발중인 5세대 스텔스기 J-31의 해외 진출 시도를 봉쇄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은 러시아산 지대공미사일을 도입한 터키에 F-35 판매를 취소하는 등 F-35를 ‘친미 감별사’처럼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도 체크메이트 전투기를 경제 수준이 높지 않고 영토가 작으며, 옛 소련 전투기를 운용했던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도구인 ‘친러 감별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