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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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강해진 코로나, 약해진 방역 마인드

“다음달 5인 이상 집합금지가 풀린다니 오랜만에 저녁에 모이는 게 어떨까요?”

“벌써 광화문과 여의도는 예약이 꽉 찼다고 하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가 익숙해진 후배들은 이제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회식과 야근이 많아질 것을 걱정하고 있어요.”

정진수 문화체육부 기자

지난 6월에 만난 지인·취재원들과 나눈 대화다. 그때만 해도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확진자가 줄면서 마치 코로나19 종식이 눈앞에 다가온 것 같은 착각을 할 때였다. 과거는 늘 미화되다보니 모두들 마스크의 불편함도, 재택근무의 답답함도 잊고, 일상이 돌아올 때 함께 다가올 ‘대규모 회식’과 ‘불필요한 대면 회의’가 두려워진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렇게 걱정하던 ‘회식과 야근이 기다리는 삶’은 오지 않았다. 7월 들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된 탓이다.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화됐다. 델타 변이의 확산과 여름 휴가철, 무더위, 느슨해진 마음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화의 양상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강원도와 제주도 가족여행 예약하려 했는데 만실이더라”, “공항이 인산인해더라” 등 어느새 휴가철 느슨해진 주변의 모습을 걱정하는 대화가 주를 이뤘다.

7월 폭염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스크 아래로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무더위에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열흘간 동네 등산로에서 마스크를 목에 건 채 대화를 나누는 중년 커플과 마스크를 벗은 채 도로변과 주차장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마스크가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놀이터에서 아이들 일부도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벗었다. 아이에게 다시 마스크 착용을 권하던 엄마들은 “애들이 얼마나 답답하겠냐. 어른들이 잘 써야 하는데 요새 왜 이렇게 ‘턱스크’가 많냐”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처음 국내에 유입됐을 당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KF94와 KF80을 따져가며 단 0.1초도 마스크를 벗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1년 반이 넘게 이어진 유행에 이제 왠지 코로나19를 조금 ‘아는 것’ 같은, 그런 익숙함이 자리 잡은 셈이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 유럽의 경우 최근 확진자 5000만명을 넘기고서야 부랴부랴 다시 고삐죄기에 나섰다. 그러나 한번 느슨해진 마음가짐은 처음으로 다시 되돌리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전국적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고통을 서민에게 전가한다는 불평과 불만이 팽배하다. 백신 확보 등을 놓고 정부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당히 조절할 수는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방지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기본 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변이를 통해 더욱 위력이 세지는 지금, 코로나19를 처음 접했을 때 가졌던 그 두려운 ‘초심’을 되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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