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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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올림픽 마스코트

마스코트(mascot)의 사전적 의미는 길복(吉福)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간직하거나 섬기는 사람, 물건 또는 동식물이다. 행운의 부적을 뜻하는 프랑스어 ‘mascotte’가 어원이다.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마스코트는 홍보와 소통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근대올림픽 첫 공식 마스코트는 1972년 뮌헨 올림픽의 ‘발디’다. 개의 종류인 닥스훈트를 형상화했다. 냉전시절인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유치한 러시아와 미국은 각각 자국의 상징 동물인 곰 ‘미샤(Misha)’와 독수리 ‘샘(Sam)’을 내세웠다. 역대 올림픽마다 지구촌의 사랑과 관심을 끌며 관련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도쿄올림픽 마스코트는 초능력 로봇 ‘미라이토와’다. 미래를 뜻하는 ‘미라이’와 영원을 의미하는 ‘토와’의 합성어다. 직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인기를 끈 ‘수호랑’ 캐릭터에서 착안했다. 조직위원회는 “쾌활하고 운동 신경이 뛰어난 미라이토와는 정의감이 강하며, 순간이동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겠다는 바람이 담겼다”고 했다.

23일 도쿄올림픽이 개막했지만 미라이토와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인 데다 자국 내 여론도 좋지 않다. 슈퍼마리오 복장까지 해가며 올림픽 유치에 열을 올리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개막식 불참 소식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도쿄올림픽 명예총재인 나루히토 일왕은 개회 선언에서 ‘축하’ 문구를 뺐다.

이번 올림픽의 손실 규모는 ‘계산 불가’다. 올림픽 역사상 최대인 154억달러(약 17조원)가 투입됐지만 티켓 환불과 호텔 예약 취소에 따른 손해만 해도 2조원에 육박한다. 마스코트 관련 상품은 창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66개 올림픽 후원 기업의 한숨 소리도 높아간다. 동일본대지진의 상흔을 씻고, 코로나19 극복이라는 피날레를 꿈꾼 도쿄올림픽. 세계인의 축제가 아닌 ‘걱정거리’로 전락한 올림픽에서 미라이토와는 올림픽 마스코트의 ‘흑역사’가 될지 모른다.


김기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