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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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무단이탈?… 청해부대 감염 경로 ‘오리무중’

조리담당 병사 “포장 박스 훼손”
방역당국은 “전파 가능성 낮다”
일각 승조원 기항지 이탈 제기
8월 6일까지 감사… 결과 주목

北 “軍 부실대응이 집단감염 불러”
지난 20일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충북에 위치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아프리카 현지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장병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한 전후 상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34진 일부 장병들이 당시 상황을 지난 23일 언론에 공개한 이후 의문과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가장 큰 의문점인 바이러스 유입 경로에 대해 장병들은 식자재를 통한 감염을 의심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간부 A씨는 “기항지에서 차량이 함정 인근 육상에 식자재를 내려놓으면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부대원들이 가져왔다”며 식자재 중 포장이 허술한 식품에 바이러스가 묻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간부 B씨는 “조리 쪽에서 처음 증상을 호소했던 사람들이 일주일 후 증상이 나아져 다시 요리하다가 전수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방역당국은 냉동음식, 택배 등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항지에서 승조원이 무단 이탈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장병들은 승조원이 바다에 빠질 위험을 고려해 함정에서는 인원 보고가 수시로 이뤄지고, 지문 인식도 한다며 무단이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장병들은 지난 14일 기항지에 입항해야 했지만 아프리카 현지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입항을 거부했다가 19일 오전 3시(현지시각)에 허가가 났으며, 그 사이에 감기 증상자는 하루 20명씩 늘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주재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선박의 입항을 불허하는 자국 방침에도,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청해부대의 입항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정부의 코로나19 발생 선박 입항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외교력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는 의미다. “피가래가 나올 정도로 증세가 심해 살려달라는 사람이 속출했다”는 보도에 대해 장병들은 “간부 1명이 심한 증세를 보이다 침실에서 자면서 피 섞인 가래가 나왔다”, “평소 기침을 많이 할 때 묻어나오는 정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수임무단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문무대왕함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 감사관실은 청해부대 34진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6일까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국군의무사령부, 해군 등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감사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의 적절성 여부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군 안팎에선 감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방역 처리가 끝난 문무대왕함 사정을 고려하면 역학조사 등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5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남측 언론을 인용해 “(언론들은) 사병들 속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태는 군부의 부실한 대응이 불러온 것이라고 폭로했다”고 전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