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2008베이징 올림픽 전승 신화 재현을 위해 26일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을 통해 결전의 땅에 입성했다. 13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올림픽 야구에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은 국내에서 상무, LG, 키움과 세 차례 평가전을 치르며 실전감각을 끌어올렸다.
특히 이번 야구대표팀의 어깨가 무거운 것은 최근 프로야구 일부 선수들의 방역지침 위반 등 몰지각한 행동으로 야구에 대한 팬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대표팀의 전력이 역대 최약체라는 말도 나온다. 그래도 올림픽 선전을 통해 팬들의 마음을 되돌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김경문 감독의 비책은 ‘지키는 야구’로 요약된다. 대표팀은 평가전에서 선발투수 2명이 잇따라 등판하는 1+1 전략을 통해 이를 보여줬다. 불펜진도 고정된 순서가 없었다. 오승환을 붙박이 마무리로 등판시킨다는 것을 제외하고, 고우석과 조상우는 위기상황 시 언제나 마운드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경기 중반 승기를 잡을 경우 철저한 계투작전을 펼쳐 승리를 가져온다는 복안이다. 타선은 주장 김현수와 더불어 대표팀의 주축이 된 이정후, 강백호, 박건우 등이 채운다. 양의지와 강민호가 버티는 포수진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표팀은 29일 이스라엘, 31일 미국과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른다.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다. 특히 첫 대결을 펼칠 이스라엘전은 ‘필승’ 각오가 필요하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에 참가하는 이스라엘은 미국 태생 이스라엘계 선수들로 엔트리가 꾸려졌다.
출전 명단 선수 대부분이 미국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두루 경험한 터라 섣불리 약체로 분류할 수 없다. 한국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스라엘에 1-2로 패배한 아픈 기억이 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대표팀은 현역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드는 선수는 제외됐지만, 내야수 토드 프레이저, 투수 스콧 카즈미어, 에드윈 잭슨 등 빅리그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포진했다. 대부분 전성기가 지났지만 이들의 무게감은 무시할 수 없다.
베이징올림픽과 달라진 경기 방식도 변수다. 조별리그 뒤 펼쳐지는 녹아웃 시리즈는 패자부활전이 가미된 형식이라 한 번 패해도 기회는 있지만 매 경기 살얼음판이 될 전망이다.
김경문 감독은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 필승 전략에 대해 “타자들의 감각이 올라오기 전까진 투수들이 맞대응하면서 최대한 실점 안 해야 한다”며 “투수도 잘 막고 타자도 잘 쳐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과 말보다는 행동으로, 팬들이 경기 보고 시원할 수 있도록 매경기 온 힘을 불어넣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