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미디어 이론이 왜 아직도 유효한가?
서울대 강재호 교수의 영문판 우리말로 번역
베냐민 미디어 비판 이론의 재구성(강재호 지음, 곽현자 옮김/커뮤니케이션북스/ 2만1500원)= 베냐민은 미디어가 수신자에게 메시지 전달 장치에 불과하다는 관습적인 인식에 비판적 질문을 던진 초기 사상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기술이 ‘생산력’이 아닌 하나의 미디어이자 “전적으로 새로운 의미 생성의 형식이자 원리”임을 포착한 최초의 이론가다. 베냐민은 기술 혁신이 현대 시대의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는 데 근본적이라고 본다. 베냐민은 우리와 다른 미디어 시대에 살았음에도 그의 저술은 오늘날 전 지구적 미디어 정경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에 여전히 근본적인 통찰을 던져준다.
베냐민의 작업은 언제나 커뮤니케이션이 인간 해방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는 현대 미디어를 인간의 능력을 향상하는 도구로 보는 순진한 관점이 아니다. 미디어가 인간, 기술, 자연 간의 복잡다단한 상호작용을 규율하고 조정하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에서 비롯된다. 베냐민이 우리에게 명쾌한 답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붙들고 씨름한 많은 질문과 이슈는 디지털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여전히 사로잡는 문제다.
이 책은 베냐민의 미디어 비판에서 찾아낸 핵심 주제, 즉 커뮤니케이션 위기, 매개된 이야기, 기술복제, 미디어 도시를 다루는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에서는 특정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책, 신문, 라디오, 사진과 영화)와 그에 상응하는 경험의 형식 간 관계를 베냐민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2장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위기를 부르주아 문예문화와 공공 영역의 종언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한다. 3장은 베냐민이 직접 참여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교육, 오락, 새로운 형식의 이야기 등 당대의 이론적 문제를 어떻게 실험적으로 다루었는지 보여 준다. 4장에서는 베냐민의 에세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아우라의 종말, 충격, 산만, 촉각성 등 영화적 경험의 핵심 주제를 통해 살펴본다. 5장에서는 베냐민의 대작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대도시 정경과 현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통찰을 밝힌다. 결론에서는 미디어와 사회를 연구하는 최근 이론가들과 간략하게 비교하며 베냐민의 미디어 비판을 평가한다.
이 책은 현대 미디어 연구에 대한 베냐민의 독창적인 기여를 보여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비판적 탐구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렌즈를 통해 베냐민의 방대한 미디어 비판 이론을 포착하고 배열하고 재구성해서 독자에게 전송하는 친절한 안내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