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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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반납해야” VS “선수 보호”… 女양궁 안산의 짧은 머리, ‘젠더 논란’ 확전

대한양궁협회 게시판에 “안산 선수 보호해야” 요청 잇따라
류호정 “페미같은 모습 없다”·구혜선 “페미 혐오 관망 어려워”
여자 양궁대표 안산이 지난 25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경기에서 활을 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20·광주여대)의 쇼트 커트 헤어스타일을 두고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페미니스트 검열’이 이뤄지고, 악성댓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양궁협회 게시판에는 ‘선수 보호’를 요청하는 의견이 잇따르면서 ‘젠더 갈등’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29일 대한양궁협회 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주세요” “선수를 향한 악의적이고 도가 지나친 댓글에 강경 대응해달라”, “협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도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링크와 전화번호가 담긴 포스터가 공유되는 등 ‘안산 지킴이’ 운동은 확산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게시판 캡처

앞서 안 선수는 인스타그램에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을 하는 이유를 묻는 누리꾼에게 “편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안 선수의 쇼트 커트를 비롯해 여대 출신, 세월호 배지, 여성그룹 마마무 팬이라는 점 등을 문제 삼으며 페미니스트라는 의심을 나타냈다.

 

일부 남성 누리꾼은 과거 안 선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웅앵웅’ 과제하기 싫다” “오다 안 본 지 오조오억년”, “얼레벌레” 등 단어를 쓴 점을 거론하며 안 선수가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했다. 이 단어는 모두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이 중에는 안 선수의 SNS를 찾아가 안 선수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메달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안 선수는 SNS 프로필 소개에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할 것 같다. 죄송하다”는 글을 남긴 상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안 선수를 둘러싼 ‘페미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과거 숏컷 사진을 공개하며 “‘페미 같은’ 모습이라는 건 없다. 긴 머리, 짧은 머리, 염색한 머리, (염색) 안 한 머리.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여성이 페미니스트다. 우리는 허락받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배우 구혜선씨도 인스타그램에 숏컷 헤어스타일을 한 사진을 올리며 “현 사회에 처해진 각각의 입장과 주관적 해석으로 ‘페미니스트’를 혐오적 표현으로 왜곡하고 고립시키는 분위기에 같은 여성으로서 관망하기 어렵다”며 “‘페미니스트’는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하는 관습적 자아를 거부하고 인간으로서 독립적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소신발언했다.

 

신체심리학자 한지영은 “올림픽 여성 국대 선수 헤어스타일로 사상검증이라. 우리 여성 선수 선전을 기원하며 여성_숏컷_캠페인 어떤가요”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