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가 양측의 기싸움으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일 “합당을 거스르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날렸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시위 동참이 우선이라며 맞불을 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을 향해 “합당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이 우리에게 내린 지상과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 이번 주가 (합당) 분수령이자 마지노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제가 당 대표 당선 이후 안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전쟁과 같은 합당이 될까 우려했었다. 국민의당의 빠른 합당 결의를 부탁드린다”고 재차 촉구했다. 앞서 이 대표는 국민의당 합당 실무협상 결렬 후 지난달 31일 안 대표에게 대표 간 합당 담판을 요구하며 협상 시한을 이번 주로 못 박았다.
이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도 “지지난주에 안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그 이후에 말씀이 없다. (합당 협상을 요구하는 데에) 더 이상 어떤 형식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안 대표의 결단을 요구했다.
안 대표는 당장 합당보다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몸통을 밝혀야 한다며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안 대표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몸통 배후 수사와 대통령 진실고백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열고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제2 야당인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제1야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소망에 부응하는 길”이라며 이 대표의 동참을 촉구했다.
안 대표는 이어 “현재 대선 주자들이 제1야당에 모이고 있고, 축제 분위기로 보이지만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야권보다 높다”며 “1야당과 2야당의 지지자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플러스 통합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3지대에 있는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합당보단 중도층 지지율을 끌어안을 수 있는 ‘당대당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이와 관련해 합당 조건으로 당명 변경 등을 내세웠지만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영업 잘되는 식당의 간판을 갈자고 하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로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유력주자들이 국민의힘에 먼저 합류해 지지세를 넓혀가는 와중에 자존심을 접고 제1야당에 들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만 대권 출마자가 14명에 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기반이 없는 안 대표가 뒤늦게 합류할 경우 ‘15분의 1’로 취급당할 가능성이 있다. 안 대표는 이런 이유로 합당 협상 과정에서 대선후보 선출 규정(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 변경을 요구해오기도 했다. 국민의힘으로서도 외견상 최후통첩을 날렸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선 야권 통합이 필수적인 만큼 안 대표를 놓고 경선을 진행하기 껄끄러운 상황이다.
양측의 샅바 싸움이 길어지면서 대변인 간 설전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의 태도는 요구를 넘어 일방적 통보와 겁박에 가까운 독촉”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이에 “제1야당 대표의 제안에 대해 정작 당사자는 여전히 침묵하는데 제안의 의도를 곡해하고, 말의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는 것은 지난 합당 과정의 파트너 정신마저 무시하는 처사”라며 안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