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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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역 맞춤형 일자리 말뿐… 취업자, 수도권에 더 쏠려

文정부, 예산 111조원 쏟아붓고도
4년간 취업자 47만명 증가 그쳐
임금 근로자 76% 수도권에 몰려

고용계약 1년 이상 상용직 증가율
비수도권 6.8%… 수도권 절반 불과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대구 중구 한 전통시장에서 공예품을 팔던 A(29)씨는 최근 눈물을 머금고 가게를 접었다. 그는 지난해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창업투자생태계조성형) 지원 대상자에 선정돼 행정안전부와 대구시로부터 1650만원을 지원받았다.

지원금으로 월세 60만원짜리 점포를 얻고, 홈페이지 등을 제작하며 희망찬 창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일찍 가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손님이 찾지 않으면서 일주일에 공예품 두어개를 파는 게 전부였다. 앞날이 너무 불투명했다. A씨는 창업 7개월 만에 장사를 그만둬야 했다.

A씨는 “초기 창업 관련 지원은 괜찮은데 이후 판로 확보 등에 대한 정보나 안내, 도움이 전무했다”며 “함께 행안부 일자리 지원을 받던 청년들도 1년5개월이 지난 지금은 절반 이상이 폐업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는 ‘다시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내저었다.

 

정부의 지역 맞춤형 일자리 정책이 무늬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2017년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지난 5년간 일자리사업 본예산으로만 무려 111조3044억원을 쏟아부었다. 한 해 평균 22조2600여억원꼴이다. 투입한 예산 대비 성과는 미미하다. 취업자 수는 2017년 3분기 약 2700만명에서 지난 4년간 약 47만명 느는 데 그쳤다. 그나마 증가한 취업자 3명 중 2명가량은 수도권에 몰렸다. 특히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로 통하는 상용근로자 증가율은 비수도권이 수도권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 맞춤형 일자리 정책이라는 말이 무색한 이유다.

2일 통계청의 ‘시도 및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추이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3분기 2699만8000명이었던 취업자 수는 2021년 2분기 2746만7000명으로 46만9000명(1.7%) 늘었다.

 

문제는 지역 맞춤형 일자리 정책 추진에도 이들 취업자가 주로 서울·인천·경기지역에서 많이 늘었다는 데 있다. 수도권에선 2017년 3분기 1348만9000명에서 2021년 2분기 1381만명으로 32만1000명(2.4%) 증가했지만 비수도권은 같은 기간 1350만9000명에서 1365만7000명으로 14만8000명(1.1%) 늘었을 뿐이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등을 뺀 임금근로자는 2017년 3분기 2008만9000명에서 2021년 2분기 2083만7000명으로 74만8000명(3.7%) 증가했는데, 이들 임금근로자의 76.3%(57만1000명)는 수도권에 직장을 두고 있었다. 임금근로자 중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근로자의 증가율은 수도권이 11.9%(85만명)이지만 비수도권은 6.8%(43만5000명)에 불과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청년은 어떤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지가 조사돼 일자리 수급이 매칭되어야 지역 맞춤형, 수요 맞춤형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의 성과가 제고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대구=배소영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