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3)은 2020 도쿄올림픽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 때마다 입버릇처럼 ‘원팀’을 강조해왔다. 2012 런던에 이어 이번 도쿄에서도 ‘4강 신화’를 재현한 비결 역시 4개월째 동고동락한 끝에 다져진 팀워크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원팀’이었다.
4일 터키와의 8강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극적인 3-2 승리를 해낸 뒤 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낸 김연경은 “저희가 도쿄에 올 때만 해도 그 누가 4강을 간다고 생각했을까. 그러나 우리는 ‘원팀’이 되어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면서 “한 사람의 배구인으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쳐있는 국민 여러분께 좋은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2012 런던을 같이 갔던 언니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때 4강보단 지금 4강이 훨씬 더 좋다. 그때는 4강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이번은 어쩌면 나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기때문에 더욱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의 말대로 이번 올림픽은 그의 ‘라스트 댄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김연경도 사람은 사람이었다. 터키전을 앞둔 전날 밤 잠을 설쳤다고. 그는 “어제 10시반쯤 자려고 누웠는데, 도저히 잠이 오지 않더라”라면서 “룸메이트인 (표)승주한테 ‘자냐?’고 물으니 승주도 ‘아니요’라고 하더라. 1시간도 제대로 못 잔 것 같다. 잠깐 눈을 감았다 떴더니 일어나야할 시간인 새벽 5시30분이 되어 있었다. 밤새 잠을 설쳤는데 이겨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예선 도미니카공화국전, 일본전에 이어 이날까지 세 번이나 풀세트 접전을 치렀고, 모두 이겨냈다. 김연경은 “5세트 시작 전에 선수들과 그 이야기를 했다. 우린 이번 올림픽 5세트에서 진 적이 없으니 이번에도 이길 것이라고 서로를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누가 이길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모두 잡아낸 비결은 4개월째 외부활동 전혀 없이 배구만을 위해 똘똘 뭉친 덕분이었다. 김연경은 “지난 5~6월에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참가, 자가격리, 하동 코호트 훈련, 진천선수촌 입소 후 이번 올림픽까지. 대표팀 동료들과 4개월째 함께 하고 있다”면서 “하고싶은 것도, 해야할 것도 많지만, 외부활동 없이 배구만을 하다 보니 선수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5세트 10-10에서 결정적인 서브 2개로 내게 다이렉트킬 득점 기회를 만들어준 (박)은진이는 워낙 서브가 좋기에 그렇게 해줄 것으로 믿었고, 고비 때마다 들어와 득점을 보태준 (정)지윤까지. 우리 팀 모두가 코트를 밟았다. 잠깐 코트에 들어가는 선수들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이런 게 바로 ‘원팀’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결혼한 양효진도 “신혼 생활의 로망이 많았는데, 4개월째 남편을 보지 못하고 있다. 쉽지 않은 여정이긴 한데, 선수들과 매일 함께 하면서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결과가 4강이라 기쁘다”고 거들었다. ‘클러치박’이란 별명대로 이날도 고비마다 알토란 같은 득점을 해낸 박정아도 “제가 리시브로 흔들릴 때마다 언니들이 ‘정아야, 넌 공격을 잘 하니까 득점하면 돼’라고 격려해줬다. 4개월간 매일 보면서 다져진 팀워크가 위기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