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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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남아 영향력 확대에… 中, 남중국해 영유권 한발 물러서나

왕이, 아세안 회의에서 “더이상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안 해”
국제재판 패소에도 영유권 주장하던 입장서 선회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한 발 물러서고 있다. 미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동남아 국가와 접촉하는 등 미국이 영향력을 키우자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간의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더 이상의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수로 분쟁을 심화시키기 위해 어떠한 일방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은 중국 관영 매체 등에서는 보도되지 않고 있다.

 

왕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이 아세안 회원국들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막기 위한 구속력 있는 이행방안을 담은 ‘남중국해 행동수칙(COC)’의 개정 논의에 합의한 뒤 나온 것이다.

 

행동수칙은 2017년 합의됐지만, 중국은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수칙 내용은 비공개로 유지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후 2019년 7월 협상 초안이 공개됐고, 올해내 최종안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COC는 중국이 남중국해의 암초 등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인공섬을 건설한 뒤 군사 기지화하면서 필리핀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브루나이 등 인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마련된 것이다.

 

국제상설재판소(PCA)는 2016년 중국의 이 같은 주장을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 판결을 무시한 채 매년 3조 달러(약 3444조원) 규모의 해상운송이 행해지는 남중국해 거의 전체를 자국 수역이라고 주장해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워싱턴=AP뉴시스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던 중국이 양보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최근 동남아 등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이 자신의 앞마당을 미국에 뺏길 경우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워싱턴DC에서 레트로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전략적 대화’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남중국해에 인접한 전략적 요충지인 인도네시아 바탐섬에 350만 달러(40억원) 상당 해경훈련센터를 건설하는 사업을 6월 말 인도네시아와 함께 시작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주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을 순방하며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며 동남아 국가편을 들었다. 해리스 미 부통령도 이달 말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순방하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철회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