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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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허락한 2살 아이 안락사, 부모의 절규…생명결정권 논란 재점화

 

2살 식물인간 아기가 안락사 위기에 놓이면서 생명결정권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영국 BBC는 영국에 거주중인 이스라엘 및 미국 이중국적자 부모가 예정일보다 일찍 출산한 아이 알타 픽슬러(2)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영국 법원 판결에 불복, 유럽인권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도 영국 법원에 힘을 실어주면서 아이는 안락사 위기에 놓였다. 

 

픽슬러는 출산 과정에서 뇌 손상으로 의식이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숨을 쉬지도, 먹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이에 맨체스터대학병원 국민보건서비스(NHS) 신탁재단 측은 “더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다”며 인공호흡기를 떼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부모는 “신이 주신 선물인데 멀쩡히 살아있는 딸을 어떻게 죽이느냐”면서 “인공호흡기를 우리 손으로 뽑으라는 거냐”며 절규했다. 또한 정통 유대교를 따르는 자신들에게 안락사는 교리에도 어긋나는 일임을 강조했다.

 

결국 2살 아이의 안락사 문제는 법원에서 다툼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5월 맨체스터고등법원은 “회복 가능성이 없으므로,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고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결했다.

 

아기를 이스라엘이나 미국에서 치료받게 해달라는 부모에 법원은 “아기가 이동 과정에서 더 큰 고통에 노출될 것이며, 해외로 데려간다 해도 이렇다 할 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딱 잘랐다. 

 

부모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유럽인권재판소도 지난 2일 맨체스터고등법원의 연명치료 중단 판결에 동의, 더 이상 이 사안에 대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초 이스라엘과 미국 두 나라에서 모두 아기를 돌봐주겠다 약속을 받았던 부모는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부모의 법률 대리인은 “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한 부모에게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은 엄청난 충격”이라며 “연명치료가 아기에게 고통을 가져다준다는 데 과도한 가중치가 부여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적 절차는 끝났지만,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생명결정권 존중에 대한 이번 논란은 2018년에 있었던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  

 

지난 2018년 당시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1년 넘게 치료를 받아온 23개월 아기에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국 법원이 연명치료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부모는 소송으로 맞섰으나 유럽인권재판소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가 연명치료 중단 결정이 내려진 이 아기의 시민권을 부여하며 로마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영국 법원이 사법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결국 생명 유지 장치가 제거됐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도 생명 결정권이 신에게 있다며 연명치료중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으나 결국 아기는 숨을 거뒀다.

 

이에 따라 두 사례를 통한 생명결정권에 대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강소영 온라인 뉴스 기자 writerk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