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가진 딸을 23년간 돌보던 끝에 증세가 악화하자 결국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어머니가 실형을 확정받았다.
7일 법원과 뉴시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6)씨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경험칙이나 채증법칙 위반을 내세우며 심신장애 여부에 관한 원심의 사실 인정을 다투거나 법리 오해를 지적하는 취지의 주장,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모두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5월3일 새벽 0시55분께 서울 강서구의 주거지에서 흉기를 이용해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자신의 딸 B(당시 36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A씨는 1997년께 딸 B씨가 조현병 및 양극성 정동장애 등 질병을 앓게 되자 직장에서 퇴직하고 약 23년 동안 딸 B씨를 돌봤다.
그런데 딸 B씨는 처방받은 약을 거부하고, 욕설을 하며 가출하는 등 병세가 악화됐다. 또 인지 기능이 저하돼 온종일 보호자의 관리와 통제가 필요했고, 입원치료 중 의료진 등에게 공격적 행동을 보여 병원으로부터 퇴원을 권유받기도 했다.
이에 A씨는 더이상 돌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남편이 없는 사이 딸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오랜 시간 정신질환을 앓아오던 피해자를 정성껏 보살폈다 하더라도 독자적인 인격체인 자녀의 생명을 함부로 결정할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부모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는 약 23년간 피해자 치료와 보호에 전념했는데, 자신과 남편이 점차 나이가 들어가는데다가 계속된 노력에도 피해자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츰 심신이 쇠약해져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와 보호의 몫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담당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비극적인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참작동기살인을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도 "A씨는 자신과 남편이 죽은 후 혼자 남을 피해자가 냉대 속에 혼자 살 수 없다고 판단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편도 선처를 호소하고 있고, 딸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