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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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백신접종 OECD 꼴찌, 또 차질 빚는 K방역의 민낯

8월 도입 모더나 물량 ‘반토막’
mRNA 2차 접종 간격 6주로
정부, 백신 수급에 사활 걸어야

이달 중 들어올 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이 또다시 반토막 이하로 줄어든다고 한다. 방역당국은 어제 “모더나사가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로 8월 계획된 공급물량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항의했더니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백신 공급 문제가 전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결국 16일 이후 모더나·화이자 등 mRNA 계열 백신 2차 접종이 예정된 국민의 접종 간격을 한시적으로 기존 3·4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했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집단면역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늘어난 접종 간격만큼 감염 위험이 커지고, 백신 효과마저 반감될까봐 걱정이다.

 

3분기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의 연내 공급이 불투명해지자 정부가 “당장 4분기 접종에서는 차질이 없다”고 한 게 사흘 전이다. 블랙코미디 같은 현실이 K방역의 민낯이다. 한국의 백신 접종완료율은 15%에 불과하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OECD 국가 절반이 접종완료율 50%를 넘은 상황에서 세계 평균(15.3%)에도 못 미친다. 외신들의 조롱이 쏟아진다. 가디언은 “한국 정부는 초기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자축했지만 충분한 백신 확보엔 실패해 올여름 델타 변이로 진땀을 빼고 있다”고 했다. 창피한 일이다.

 

백신 수급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질 게 뻔하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은 국민 1인당 최대 10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한다. 델타·감마 등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집단면역 기준을 접종률 90%까지 올리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이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계획하면서 백신 공급 차질 사태가 언제 터질지 불안하기만 하다. 내년 백신 계약 체결 소식은커녕 기존 계약된 물량조차 제약사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우리나라 처지가 참담하기만 하다.

 

부산이 오늘부터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한다. 교육부는 4단계 상황에서도 2학기 고1·2 절반의 등교수업 강행을 발표했다. 정부 스스로가 원격수업 원칙을 깰 정도로 학습결손이 심각한 현실이 고려됐겠지만 위험성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방역 경계심 유지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자영업자와 국민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는 언제까지 백신 정책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신조차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건 정부의 책무를 포기하는 일이다. 백신 수급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