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이 한 플랜트 제작업체의 허위 재무제표를 믿고 회사채를 샀다 손해를 봤다며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최종 패소했다. 회사의 분식회계와 사채권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한국증권금융이 플랜트 제작업체 우양에이치씨 전 대표와 신한회계법인, 신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증권을 담보로 금융투자업자에게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투자자 예탁금을 맡아 운용하는 한국증권금융(신탁업자)은 2013년 8월 우양에이치씨가 발행한 100억원 규모의 사채를 사들였다. 우양에이치씨는 2013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되는 등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로 평가받았지만 2014년 당시 대표가 횡령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5년 부도가 났다. 이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감리 결과,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분식회계가 이뤄진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증권금융은 77억원의 손해를 봤고, 분식회계를 감사인인 신한회계법인과 신아회계법인이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적정의견’이 표시된 사업보고서를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분식회계와 투자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우양에이치씨의 부도는 어음을 막지 못해 일어났고 분식회계는 이후 적발됐다”며 “분식회계가 회사채를 사는 것에 영향을 주는 원인이 될 순 있어도 회사 부도와 회생절차의 직접적인 원인이 분식회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분식회계는 적어도 이 사건 사채 중 사채권의 가치 평가에 있어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한국증권금융은 항소심 판결에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1심과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신한회계법인을 대리한 조상규 변호사는 “투자자 입장에서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걸 명시한 판결”이라며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회계법인의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외부감사인 책임의 한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판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