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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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개발자 “백신은 폐에 바이러스 차단 역할. 코·목 보호는 상대적으로 약해”

보건·백신전문가들, 일각서 제기되는 ’백신 무용론‘에 정면 반박
美CDC “백신 접종해서 코로나19 관련 입원·사망자 수 적은 것”
전문가 “신규 감염자 중 백신 미접종자 비중↑…백신 효과 증명”
“백신, 뚫리지 않는 ’요새 건설‘ 아닌 ’보초·경계병 배치‘하는 것”
코로나19 백신 접종.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백신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맞았음에도 이른바 ‘돌파감염’에 걸렸다면 백신이 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일각에서 돌파감염이 발생하는 사례를 두고 “백신이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라는 잘못된 신호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미국의 방송사 CNN은 12일(현지시간) 보건 전문가들과 백신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 이 같이 보도했다.

 

CNN의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1억6400만명 이상의 미국 인구 가운데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1507명으로 0.001%에도 못 미쳤고, 입원한 사람도 7101명으로 0.005% 미만이었다. 

 

CDC는 이를 코로나19 백신이 잘 작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즉,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이 발생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에머리 대학 의대의 카를로스 델 리오 전염병학과 박사는 독감 백신 접종을 예로 들면서 “백신 접종은 심각한 중증 현상과 죽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감염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결코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이란 용어 자체도 잘못됐다면서 이러한 어휘 사용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버니 그레이엄 부소장은 “모더나 백신은 ‘면역글로불린’(IgG)을 만들어내 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코와 목에 대한 보호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바이러스가 증식된다고 해도 코와 목에서는 혈액 내 IgG 수치가 훨씬 높다”라면서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폐의 보호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신규 감염자들 중 백신 접종자들보다는 백신 미접종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백신 접종이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 역시 이러한 그레이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면역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얼마나 오랜 시간 지속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면역력이 감소한다고 해도 백신 접종의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샌프란시스코 대학 병원의 모니카 간디 부교수는 “면역력이 저하된다고 백신에 결함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면역 글로빈 감소는 정상적인 것”이라며 “하지만 면역력이 한 번 생긴 후에는 인체가 이를 기억해 익숙한 바이러스 또는 박테리아가 침투하면 새로운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인체에 뚫을 수 없는 요새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보초나 경계병을 배치해 미리 경고를 보내고 인체의 면역체계가 방어에 나설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